다사다난했던 2010년도 지나간다. 금융위기를 당한지 3년째를 맞아 ‘희망 반-두려움 반’으로 맞았던 올해를 평가한다면 유럽재정위기, 글로벌 환율전쟁 등과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에 따른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지만 어렵더라도 금융위기는 극복되고 세계경기는 꾸준히 본 궤도에 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제질서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자리 잡았다.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Chimerica)는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신공생 관계를 의미한다. 그 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재탄생될 지,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될 것인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질서가 변하면서 중심국도 변하고 있다. 특히 ‘브릭스(BRICs)’와 함께 ‘비시스(BICIs)’가 뜨고 있는 점이 눈에 띤다. 비시스란 브릭스에서 갈수록 정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가 빠지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새롭게 가세된 용어다. 비시스 4개국 가운데 3개국이 아시아에 속한 국가라는 점도 주목된다.
각국의 경제구조에 있어서도 대폭 개편되고 있다. 그 중에서 수출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 정책을 마치 유행처럼 모든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한 나라 경제구조에서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글로벌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로 대변되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임팩트 효과와 증강현실의 시대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화두어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부도’ ‘파산’ ‘CDS 프레미엄’ ‘양적 완화’ 등이 기업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팩트 효과’, 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 모든 것이 한 손안에서 다 보인다는 ‘증강현실’ 등이 유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기업인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순수 재무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윤과 함께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주력산업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 위기극복 중에 ‘주력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다’ 라고 부를 만큼 과도기를 겪었으나 최근에는 증강현실 시대를 가져다준 모바일과 함께 녹색산업, 통합융합산업 등이 이제는 확실한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트렌드에서 성장사업 찾아야

위기 후 변화에 맞춰 기업인과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도 새로운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 바쁘다. 그 중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은 용어다.
현재 연구 개발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품 가운데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몇 개 든다면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건강을 가져다주는 바이러스 △기름을 먹고사는 박테리아 △자전거 교통 천국 ‘벨로벤트(Velovent)’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국내기업들도 ‘공격경영 로드 맵’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을 ‘대도약의 해’로 삼는 것이 가장 눈에 띤다. 이를 위해 △도전적인 목표 설정 △신사업 조기 가시화 △가치를 담은 제3의 성장 등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사업에 이어 주요 국내기업들이 주력하는 것이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금융위기 속에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위 분야에서는 추격자를 완전히 따돌리고, 녹색산업 등 신규 유망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에 공들이고 있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또 하나의 화두는 융합과 통합이다. 유·무선 통합에 이어 통신과 금융, 자동차와 신소재 등 이종(異種) 산업간 새로운 결합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동업종·이업종간의 전통적인 경계선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하나의 지주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해 나가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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