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LA의 해구신 파티

그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자동차는 크라이슬러를 타고 있고, 집은 헐리우드의 스타들이 사는 마을에 정원만 약 5백평짜리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는 LA의 교포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가였다. 한국에서 이름 있는 누가 LA를 방문했다 하면 일단 그의 초청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만나는 사람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성공한 저명인사만 그가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 대접하기를 좋아해서 한국에서 왔다면 술 한 잔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필자도 술 한잔을 대접받았다. 그가 하는 돈자랑은 그의 사업 규모와 그의 개척정신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하며 들었다.
이튿날은 자기 집에 초대했다. 식사를 하고 술 한잔을 하며 그가 물었다.
“해구신 잡숴 보셨습니까?”
아니라고 웃었더니 주방으로 안내했다. 대형 냉장고 문을 열길래 들여다 보다가 기절할 뻔했다. 무슨 동물인진 몰라도 큰 돼지만한 동물의 하반신이 통째로 냉장되어 있었다.
“해구신 아시죠? 고것만 도려내서 보관해도 되는데 한국놈들은 믿지를 않는단 말야. 그래서 몸통까지 보여줘야 믿는단 말야.”
그가 오늘밤엔 거나하게 한 잔 더하며 해구신 파티을 하자는 것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녀들의 묻지마 쇼핑

“사업가 부인이 많아요. 그래도 그렇지, 우리 같은 사람의 1년 수입이 넘는 액수를 한나절 쇼핑으로 다 쓰거든요. 어떤 때는 그만좀 하시라고 만류할 때도 있습니다.”
5년째 주로 유럽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K씨는, 피렌체에서 베니스까지 가는 차 안에서 5060(50세~60세)한국 여성들의 묻지마 쇼핑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국 여성은 같은 물건이라도 비싸면 더 많이 구매한다는 장난 같은 얘기를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수 없이 목격했다고 한다.
1장에 100여만원 정도 하는 브라우스를 명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몇 장이 아니라 “여기서 여기까지요!”라며 행거째 20여장 가까이 사는 5학년 여학생은 한국의 모 중견기업 CEO의 부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럽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거의 대부분이 중형도 아닌 경차 수준인 것이 유난히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다.

나누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상대적인 빈곤감’이다. 자신의 경력이나 능력, 또는 수입이 얼마라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잘 사는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는 빈곤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부(富)의 과시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말릴 수 없는 특징에 속한다. 앞에서 말한 LA의 교포사업가나, 묻지마 쇼핑의 주인공인 사업가 부인이나 부를 과시하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죄는 없다.
LA의 사업가는 사업가로서 많은 노력 끝에 돈을 번 사람. 부를 과시하는 데 있어서 ‘한국놈들은 실물을 보여줘야 믿는단 말야’ 라며 우리 민족의 의식 깊숙이에 들어있는 불신감을 ‘하반신 몽땅 해구신’으로 씻으려 했다.
‘묻지마 관광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업가의 아내’라는 관광가이드 K 씨의 증언은 CEO의 노력과, 그 소득을 과시하려는 CEO 아내 사이의 괴리를 말해주는 것은 아닌지.
‘나누는 사회’가 이루어져도 부(富)의 편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누기라도 하는 사회라면, 나누는 것이 부의 과시라도 상관 없다. 그런 종류의 부의 과시는 오히려 장려할 만하다.
최근에는 나눔을 위한 CEO들의 모임도 종종 생기고 있다. 무엇이든지, 얼마이든지 좋으니 나누며 살아야 한다. 남는다고 나누는 것도 좋지만, 모자라더라도 나누는 곳에 직업을 통한 사회기여가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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