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대한 무분별한 SSM 개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 법률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영세상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끈질긴 노력의 결과이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유통환경과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자연도태현상 예방과 이들의 지속적인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는 보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선진국인 일본의 영세소매업 지원정책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에 우리 영세상인들이 영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의 중소소매업 지원정책은 1960년까지 보호정책을 기반으로 시작해, 1960~1980년대에는 진흥·조정정책으로 전환했으며, 1990년대 이후부터는 도시정책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정책변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1973년 ‘중소소매상업진흥법’과 ‘대규모소매점포법(대점법)’을 제정해 각각 대표적인 진흥·조정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중소소매상업진흥법은 상점가 정비사업, 점포 공동화사업 등으로 중소소매업자의 경영 근대화를 촉진해 중소소매업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두 법의 엄격한 시행에도 불구하고 1982년 이후 영세소매업은 급격히 쇠퇴했고,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영세소매업자가 아닌 중규모 및 대규모 소매업자가 됐다. 특히, 확장억제로 대규모 소매점은 대도시의 교외지역,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됐다.

70~80년대 일본 상황과 비슷

이렇듯 기존의 진흥·조정정책이 한계에 직면하자, 일본정부는 대안책으로 도시정책적 측면을 강조한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 마을만들기) 3법’을 1998년 제정했다. 마치즈쿠리 3법은 ‘대점입지법’, ‘개정도시계획법’, ‘중심시가지활성화법’으로, 이 중 대점입지법은 기존의 대점법의 대체법률로 기존의 경제규제대신 교통혼잡, 배기가스 등의 환경규제를 통해 대형점의 입점을 규제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개정도시계획법은 특별용도 지역을 지방행정이 설정하도록 해 지역별 규제를 통해 대형점포 규제를 실시할 수 있게 했다.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은 ‘점(개별상점)과 선(상점가)’ 대책과 달리 ‘면(중심시가지, 지역)’ 대책으로 시가지 정비, 상업 활성화를 축으로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치즈쿠리 3법은 종래와 달리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며, 소매업체의 경영개선을 위한 진단 및 시설정비에서 도시기능의 재생·창조를 위한 타운매니지먼트제(TMO) 도입이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즉, 도시정책적 관점에서 유통정책, 영세상인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정부·대형점·주민의 협조 절실

이와 같은 추세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도시재생 등을 위해 일부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단계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일본 중소소매정책 전개에 의하면, 우리의 현 상황은 일본의 70,80년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운영에 비춰 볼 때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영세상인들에게 효과적이지 못했으며, 쇠퇴시기를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강력한 대점법에 의한 대형점 확장억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한 출점은 물론 기존 대규모소매점의 이익을 보장하는 기능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출점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사회적 장치 및 기존 대형점과 영세소매업체 상생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영업시간 및 품목제한 등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영세소매업체의 쇠퇴와 대규모소매점포의 증가는 유통효율화 측면에서 보면 경제적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향후 퇴출·전업 등에 의한 영세소매업자 실업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사회안전망 강화가 요구된다. 또한 도시생활공간 재정비를 통해 지역개발과 침체된 상권 활성화를 유도해 영세상인들에게 지속적인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활발한 정책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주변의 영세상인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대·중소소매업체간 상생협력,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윤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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