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중소기업계가 연평도 주민들에게 힘을 보탰다”라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의 요지는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7개 단체가 옹진군청을 방문해 협동조합 및 중소기업들이 모금한 현금과 시멘트, 곰탕, 김치, 건강보조식품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함께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서 청와대에서 개최된 ‘대·중기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들도 국가·사회적 관심사에 적극 참여키로 약속한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란 용어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원론적인 의미에서의 CSR은 영업활동의 결과로 인한 수익을 사회적 목적에 따라 재투자하는 것으로서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거나 사회서비스의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공익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업들은 브랜드네임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론적인 의미를 따르면 CSR은 거창해 보인다. 모든 면에서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수행하기에는 다소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최근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라는 용어가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실천적이지 못하다는 느낌도 들곤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연평도 지원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하나의 기업에게는 무리일 수 있지만, 여러 기업이 힘을 합치면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그마한 힘들이 모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실천적인 교훈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편견이 인재의 中企 유입 저해

우리 사회는 중소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도 많이 지니고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도 가지고 있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 경제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래 성장동력의 기반이 되는 신기술도 많이 개발하고 있다는 인식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그 다른 면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중소기업의 근무조건은 열악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지금과 같은 취업난에도 대졸자들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이 부정적인 인식의 배경에는 가장 우선적으로 급여수준 및 복리후생에서 평균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대기업보다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는 중소기업은 물론 더 좋은 발전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소기업들도 많다.

中企 스스로 인식개선 노력해야

그러나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있는 ‘중소기업은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워낙 강해 소위 ‘스펙(spec)'이라고 대변되어지는 학벌 및 학점 그리고 영어성적이 어느 정도 되는 구직자들은 근무조건을 살펴보기 이전에 우선 대기업에 지원하고 본다. 그리고 스스로 ‘스펙’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들만 대기업은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소기업은 역동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우수하고 역동적인 인적자원에 적합한 일자리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우리 사회가 우수하다고 하는 인적자원은 안전한 그리고 안전하기에 상대적으로 역동성이 낮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혹은 공무원을 선호한다. 이러한 연유로 중소기업에는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인력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인적자원을 중소기업에 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중소기업 스스로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 스스로 조금씩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번 중소기업계의 연평도 지원은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를 위한 좋은 사례이다. 중소기업도 어려운 일에 도울 수 있는 따뜻한 배려와 여유가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어려운 곳이며 여유가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없애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불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역동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을 주어 본인이 스스로 열심히 만들어 가는 직장이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금씩 연평도 지원과 같은 ‘사회적 책임 경영’을 수행하다 보면 중소기업도 여유롭고 일할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남기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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