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꽃은 당연히 눈꽃이다. 어딘가로 설화를 보러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은 사람들. 그들에게 권할 수 있는 설경 여행지가 바로 여주다. 서울을 기점으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 그곳에 피어난 겨울 설화는 다른 어떤 유명지보다 빼어나다. 영녕릉을 잇는 길에 피어난 설경과 천년고찰 신륵사의 겨울 풍치는 이 지리한 겨울에 한아름 청신을 안겨줄 것이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릉 잇는 송림 숲 걷기
밤새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날 아침.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온통 설화다. 멀리에는 강이, 그리고 아파트, 숲, 건물들이 항공 촬영하듯 한눈에 잡힌다. 2011년 새해지만 지난해 보았던 그 설경을 똑같이 보고 있는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신륵사를 갈까, 영녕릉을 갈까 생각하다 영녕으로 목적지를 잡는다. 집 근처이니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달려 갈 거리.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가까워서 다음으로 미루고 마는 여행지들이다.
가는 길목의 소복히 눈 쌓인 시골 전경이 눈부시다. 겨울이라 주차장은 썰렁하다. 그래서 더욱 호젓하다. 그리고 사방 팔방 펼쳐지는 설경이 아름답다. 강한 눈빛에 실눈을 뜨면서 번잡한 가슴을 다독인다. 이른 아침 산책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 “나도 저들처럼 살아야 할텐데…” 하지만 그저 잠시 생각뿐이다. 일상에 지친 것이리라.
우선 효종의 무덤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울창한 송림 길이다. 눈은 많이도 내려 소나무는 가지를 무겁게 내려트리고 우수수 눈길을 털어내려 애를 쓴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 멋진 설화를 한껏 즐기려 애를 쓴다. 송림숲 속에 들어가 벤치에 소복히 쌓인 눈길을 바라본다.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하는 연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효종릉의 매표소 앞에 도착한다. 인근 사람들이 물 좋아 즐겨 찾는 수도꼭지로 된 약수터도 꽁꽁 얼어 붙었다. 입구를 들어가면 재실이다. 헐벚은 수령 오래된 나무에도 소복히 눈이 쌓여 있다. 그리고 능을 찾는다. 17대 효종(재위 1649∼1659)과 부인 인선왕후(1618∼1674)의 무덤이 나란히 있는 영릉(寧陵, 사적 제195호, 능서면 왕대리 산83-1). 건원릉(동구능)의 서쪽에 있던 것을 석물에 틈이 생겨 현종 14년(1673)에 여주 영릉 동쪽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왕릉은 겉으로 보기엔 엇비슷하다. 대부분 왕릉 바깥쪽으로 나지막한 담(곡장)을 쌓았고, 봉분을 감싸고 12칸의 난간석을 설치하였으며, 동자석에는 십이방위 문자를 새겼다. 세조 때부터 시작된 병풍석을 세우지 않는 전통이 성종의 무덤인 선릉부터 다시 출현하였으나 이곳에서 다시 사라져 왕릉 배치에 있어 또 하나의 전기가 된 것을 보여준다. 양, 호랑이 등 석물이 있고 무인석, 문인석이 있다. 능을 빠져나와 세종대왕릉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호젓한 길. 인적 없는 그곳에 내 발자욱만 남는다. 3백미터 정도 될까? 길지 않은 이 길은 겨울이 아니고서도 내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넓은 영역이 펼쳐지고 조선 4대 세종(재위 1418∼1450)과 부인 소헌왕후 심씨(1395∼1446)의 무덤이 우측에 봉긋하게 솟아 있다. 푸른 초원이 펼쳐질 때가 아름다운 묘역이지만, 이렇게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또한 멋지지 않은가?
여강의 강줄기를 따라 흘러가는 신륵사에서 일출과 물안개 보고
여주까지 왔으니 신륵사(www.silleuksa.org)를 빼놓을 수 없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건립한 천년고찰이다.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의 왕사였고 나옹선사 부도비, 무학대사 등 고승과의 연계가 깊은 곳이다.
한마디로 유서 깊은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극락전 앞의 다층석탑, 조사당, 보제존자 석종 부도, 보제존자 석종비, 대장각기비, 다층전탑 등의 문화제가 있다. 지금 극락전은 보수공사중이라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시원하게 트인 강과 신륵사의 강월헌, 그리고 서쪽 언덕 위의 영월루 정자, 뱃사공까지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를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하는 곳. 그곳의 겨울 풍치가 또 남다르다. 강변에 세워져 있는 다층전탑과 무명탑, 강월원의 조화는 빼어나다.
시간 넉넉하다면 나옹선사 부도비를 지나 야트막한 야산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해봄직하다.
가장 아름다운 신륵사 풍치를 보려면 이른 아침 강월헌에서 바라보는 물안개와 일출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멋진 겨울 풍치를 만끽할 수 있다.
5일장터와 아울렛 둘러보기
운 좋아 장날(5, 10일)이 서는 날이면 장터로 가보자. 아주 오래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5일장터. 그 장터는 요즘 들어서 사라져 가는 옛 추억을 느끼기에 충분한데, 여주 장은 나름대로 활성화 되어 있는 편이다. 여주에서는 장날이 오랫동안 명맥을 잇고 있다. 홍문 사거리에서 중앙통 길을 따라 난전들이 열지어 이어진다.
딱히 특징은 없지만, 장날에만 만들어내는 콩요리집,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고소한 김, 약재류를 비롯하여 이곳의 특산물들이 즐비한 장터에는 활기가 넘친다. 맷돌에 갈아주는 녹두지짐이도 별미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5일장터의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문득 지친 몸에 활기가 불끈 솟는다. 시장통은 이렇게 삶의 활력을 불러 일으켜준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여주 여행에 있어 장날 요일과 맞춰진다면 필히 장터로 달려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지역 특산물인 땅콩과 특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어떨까? 집으로 오는 길에 아울렛 쇼핑도 권하고 싶다. 명품에 꼭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원하는 브랜드가 이곳에 할인되고 있다면, 굳이 망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사든 사지 않든 한번쯤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주말이면 주차장은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성황을 누린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대중교통편으로는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30분마다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자가용이라면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여주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1시간 10분~20분 정도 소요된다.
○ 추천 별미집:영릉 근처에서는 구능촌(031-882-4893, 오리주물럭)이 괜찮다. 읍내에는 (구)보배네집(031-884-4243, 만두나 보리밥), 읍내에 있는 마을해장국집(031-885-2450, 해장국), 고명갈비(031-883-9922, 돼지갈비), 조선옥(031-883-3939, 한정식), 허수사집(031-884-5622, 알탕과 회정식)이 괜찮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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