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조정, 유일한 中企영역 보호제도…전업종이 신청 대상”

지난해 11월 대기업이 지분 51% 이상을 참여한 프랜차이즈형 SSM 가맹점을 직영점과 마찬가지로 사업조정신청대상에 적용시키는 상생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는 SSM을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사업조정제도는 당초 제조업 위주의 조정신청에서 SSM문제가 사회문제화 되면서 유통업종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업조정제도 활용방안에 대해 소개한다.

#1
지난 2007년 8월. 아연말을 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은 알루미늄연합회를 통해 고려아연을 상대로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중소 업체들의 조정신청 사유는 국내 최대의 아연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이 조업용 부원료로 아연말 시장에 진출하려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사업다각화와 중소기업 경영난 악화 주장은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조사결과 고려아연이 갖고 있는 원료의 독점적 공급체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공정경쟁 여건이 조성 안됐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 2009년 3월 고려아연은 합의일로부터 3년간 아연말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자율조정했다.

#2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는 지난 2009년 11월 (주)서브원을 상대로 MRO사업 진출에 따른 사업조정 신청을 냈다. 서브원의 회원제 창고형 도매업 진출로 협회 소속 창원·마산공구상가에 있는 동일 업종 영위 6백여명의 중소공구판매업계 경영안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조사결과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은 서브원이 창원 마산 지역 내에서의 공구판매를 회원제 도매업으로 제한하고 소매 및 기업체 납품 금지를 골자로 강제조정 권고를 내렸다.

#3
사단법인 서울시서점조합은 교보문고를 상대로 지난 2009년 8월 영등포점 오픈에 따른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조사결과 교보문고 영등포점이 들어설 타임스퀘어는 광역교통의 시발점에 위치해 수도권 소비자까지 흡입할 가능성이 커 지역밀착형 중소 서점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2009년 12월 57개 출판사가 발행하는 초중고교 학습참고서를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 판매 중단토록하는 강제조정 권고를 내렸다.

□사업조정제도는 어떤 제도인가=사업조정은 대기업 등의 사업진출로 당해업종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수요 감소 등으로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사업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 1961년 처음 도입된 이제도는 지난해 기업형슈퍼마켓(SSM) 문제로 주목 받았던 유통업종은 물론 모든 업종이 신청대상이 되며 다른 법령에 사업조정과 유사 효과를 가진 절차가 규정된 경우(방위사업법) 는 사업조정 신청이 불가능 하다.
제도 시행당시 제조업 위주의 사업조정 신청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 2009년 SSM이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된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이후 SSM 진출 제한을 요구하는 사업조정이 쇄도했다.
이에 따라 최근 1년간(2009년7월~2010년11월) 사업조정 신청건수 288건중 SSM을 대상으로 한 신청이 239건으로 전체 사업조정 신청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어떻게 조정되나=사업 조정 신청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자 단체나 지역 중소기업 1/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중소기업중앙회에 신청하면 된다.(오른쪽 표 참조)
중앙회는 이를 토대로 45일 이내 실태조사를 마치고 중소기업청장에게 조사결과와 검토의견을 송부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자 단체가 출석한 가운데 자율조정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며 자율조정이 실패할 경우 중소기업청 주관하에 사업조정심의회가 개최되고 조정권고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 소매업, 아스콘, 레미콘 업종은 시·도지사에게 사업조정 권한이 위임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업무가 진행된다.
□사업조정제도 왜 도입 되었나=사업조정제도는 다수 중소기업 도산과 대량실업이라는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적합한 사업영역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의 성장발전 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961년 중소기업사업조정법에 근거해 실시된 사업조정제도는 1978년 중소기업이 다수인 산업에 대기업이 진입하거나 확장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이에 대한 규제조항이 신설되면서 현재와 같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운영되던 고유업종제도가 지난 2007년 지정 해제되면서 중소기업형 업종 보호를 위한 유일한 제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조정 신청 요건은=우선 사업조정 대상이 되는 대기업에는 관련법상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는 대기업과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실질적인 지배여부는 대기업 임원의 중소기업 임원 겸임 및 파견, 대기업 또는 친족·임원의 중소기업 지분 50% 이상 소유, 대기업 직영형 체인사업,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의 경우도 체인점포 개점시 소요되는 임대차 비용, 내외장공사비, 설비 및 비품설치비 등 총 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경우 대기업의 실질적 지배로 간주,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사업조정 신청인은 중소기업자 단체가 우선 해당되며 해당 지역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중소기업자 단체가 없을 경우 중소기업자 1/3 이상 동의를 받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SSM의 경우 산업분류상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 해당돼 사업조정신청 주체도 동종업종을 영위하는 슈퍼마켓, 체인화 편의점, 잡화업 등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 영위 중소상공인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청과점, 정육점, 식당, 제과점, 생활용품판매점, 곡물소매점 등은 SSM 입점에 따른 피해가 있는 업종이라도 신청요건에 포함되지 않아 소매업종 단체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중소기업자 단체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민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구성원 과반수가 중소기업인 단체의 경우 해당된다.
대기업이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 여부와 관련 사업의 대상은 제한이 없으며 개시 시기는 실질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시기로 본다.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등의 사업진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말하며 매출감소와 함께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등 경영손실이 명백하게 발생하여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끼친 경우에 해당된다.
□대기업 사업영역 확대 어디까지=자금·조직력 및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자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무차별적인 사업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유형별로 신종 사업영역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은 유통시장 진출 및 확대, 원자재 가공시장 진출, 중소기업 개척한 시장 진출 등으로 중소기업형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
대기업이 유통시장에 진출한 경우로는 삼성, LG, KCC 등이 MRO 시장에 진출했고 CJ는 주방기계 입찰수주 후 중소기업에 하청생산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SSM 시장에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 GS가 뛰어들었으며 막걸리 제조와 유통에도 CJ, 오리온, 농심, 샘표 등이 진출을 검토하거나 내수시장 진입에 이미 나섰다.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공시장에 진출한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풀무원과 대상, CJ는 두부 시장에 진출,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해당업종을 장악했고 삼호물산, 동원산업 등이 어육연제품 시장에서 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도 재생타이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과 국내 완제품시장에 대한 독과점적인 지위를 행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원자재 가공 시장이나 유통시장 진출 후 무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해당업종을 장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시장진입규제 완화 방안이 오히려 시장실패의 결과를 초래해 정부개입을 유발시키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조정제도 문제는 없나=현행 사업조정신청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적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 이에 따라 대기업 등이 편법 또는 권고사항을 지키기지 않을 경우 마땅한 제제방안이 없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관련법 위반 시 강력히 조치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조정제도 Q&A
Q1. 실질적인 영업개시 판단기준은?
A. 사업개시 시기는 설립등기일 등 형식적 판단이 아니라 사업의 준비가 끝나고 본래의 사업목적을 수행하거나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때를 기준으로 종합적이고 실질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영업활동을 위한 인력확보 및 이들이 사업장에 근무하는지 여부와 SSM의 경우 제품판매에 필요한 사업장 시설을 갖췄는지 여부 등이 기준이 된다.

Q2. 자율조정 중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유는?
A. 사업조정 대상 점포가 관할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사업조정의 ‘목적물이 소멸’된 것으로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외에 당사자간 자율조정 합의(타결), 신청인의 조정신청 철회, 피신청인 자격 상실 등이 사업조정 신청 후 사업조정 제외요건에 해당된다.

Q3. 일시정지 권고의 적용 범위는?
A. 일시정지 권고는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라는 권고로 영업을 개시한 이후에는 영업행위의 정지를 권고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일시정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Q4. 기존 점포를 인수한 경우에도 일시정지 권고가 가능한지?
A. 대기업이 사업을 인수하기 이전에 사업 인수의 일시정지 권고 가능(사전조사 신청제도 활용)하며, 사업의 인수 후 바로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 개시의 일시정지가 가능하나, 사업 개시 후에는 일시정지 권고가 곤란하다.

Q5. 시·도지사가 피신청인에게 조정권고를 한 경우 기산일은?
A.사업조정 권고의 기산일은 해당 권고내용에 기산일이 정해 졌을 경우에는 그에 따르며, 별도로 기산일을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시·도지사가 행한 사업조정 권고일을 기산일로 본다.

Q6. 사업조정심의회의 권고와 다른 내용의 권고를 시·도지사가 할 수 있나?
A.사업조정심의회는 자문·권고적 성격의 심의기관이므로 시·도지사의 권고조치는 사업조정심의회의 심의내용에 전적으로 구속받지 않는다. 다만, 조정권고 이후 당사자간 자율조정이 성사될 경우 조정권고와 상관없이 자율조정으로 사안이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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