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다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대기업들은 점점 더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기업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자신의 핵심역량만 남겨두고 나머지 대부분을 아웃소싱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완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에 있어 아웃소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협력 중소기업과의 ‘관계’가 대기업에게 중요한 무형자산이자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작년에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불씨를 지핀 바 있다. 2010년 9월 29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72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 발표된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공정거래질서 확립, 사업영역의 보호 및 동반성장 전략의 확산,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 지원, 추진·점검 체계 구축 등의 4대 전략과 세부 15대 과제를 제시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반성장의 중요성 부각

이 ‘대책’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대·중소기업 간 문제를 ‘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격상시켰다는 데에 있다. 대·중소기업 간 관계를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의 관점에서 ‘상호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reciprocity)’로 설정한 것이다.
사실 대·중소기업 상생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중소기업은 물론 이들과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대·중소기업 관계를 조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수직적 하청계열 관계 및 장기적·안정적 거래 관계가 특징이다. 이러한 일본의 독특한 대·중소기업 간 관계는 미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단기적인 거래 관계가 중심이 되어 왔으나, 포드社 등 일부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한 안정적 부품조달 및 상호 경쟁력 강화 가능성에 착안하여 장기적 협력관계 형성에 노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중소기업 관계 구축의 궁극적 의미와 목표가 ‘호혜적 유인(reciprocal incentive) 제공에 의한 새로운 가치 창조’에 있음을 시사한다.

‘협력’에서 ‘동반성장’으로

대·중소기업 간 관계와 관련된 이론으로 대표적인 것에 코즈(R. Coase)의 거래비용 이론이 있다. 자기 조직이 확보하기 어려운 핵심역량을 외부 조직이 보유하고 있고, 이들과의 거래 시 발생하는 비용 이상의 가치창출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있는 경우, 협력의 니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논의가 일시적 유행이나 구호가 아닌, 지속적으로 진행될 사안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1년에는 이러한 기업간 동반성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보여진다.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대기업 협력사 전체의 ‘경쟁력 기반’ 강화, 상생협력 대상의 확산, 협력사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의 전략적 육성 등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0년 말 일부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들의 원자재가(原資材價) 변동 리스크 보전을 위해 거래 대기업이 물품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일괄 구매해 협력업체에 일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사급제도를 실시하기로 천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 기반’을 대기업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강화시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는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미 FTA, 한·EU FTA 등의 시작이 그 신호탄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 중소기업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역량 제고를 위한 많은 노력이 요망된다 하겠다.

이갑수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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