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마트를 통해 출시된 ‘통큰 치킨’은 한 마리에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큰 인기를 모았으나 영세치킨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항의를 받고 결국 판매가 중단됐다. 개당 5천원의 ‘통큰 치킨’은 판매에 돌입하자마자 장안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급기야 ‘동네 치킨가게 죽이기’라는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불과 1주일 만에 판매중단이라는 굴욕적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통큰 치킨’을 출시한 롯데그룹은 따가운 여론의 눈총과 질타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기업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만 입은 채 ‘7일 천하 쇼’의 막을 내리고 말았다.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치킨을 공급함으로써 치킨업계의 왜곡된 제품가격체제를 바로 잡겠다던 판매전략은 제대로 뿌리를 내려 보기도 전에 좌절됐다. 망신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출 야욕을 드러냄으로써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판매 의도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수준을 제시하고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의 판매 중단을 결정한 후에도 치킨 값을 둘러싼 거품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인데, 200여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 상위 5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7%에 달하고, 가격대도 비슷하게 때문에 담합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통큰 치킨’의 등장 이전에도 치킨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조사 결과에 따라 치킨업계의 가격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결국 현재보다 더 싼 가격으로 사먹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극대이윤 추구행위를 나무랄 수는 없고 그 나름대로 정당성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간의 상생협력,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작금에 이르러 대기업들이 영세규모의 업종에까지 진출해 이들을 궤사시키는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은 상도의에도 벗어날 뿐만 아니라 공정사회에서 비윤리적 기업행태로 비칠 수 있다.
최근 우리는 미국에서 있었던 거부들의 재산 절반 서약행진을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6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함께 ‘기부서약’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생전 또는 사후에 최소한 재산 중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캠페인이다.
이번에는 26세의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인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까지 이들의 기부서약에 동참했다. 그의 재산은 현재 69억 달러(약 7조 5000억원)로 추정되며, 3조원이 훨씬 넘는 돈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주커버그는 “사람들은 기부를 하기 위해 나이가 들기를 기다리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왜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기업경영에서 성공을 거둔 젊은 세대는 일찌감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그 자선적 노력의 파장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고 말했다.
주커버그와 함께 새로 기부서약을 한 CEO들은 AOL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케이스, ‘공격적 인수합병의 귀재’ 칼 아이칸,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켄 등 총17명이다. 이로써 서약운동에 참여한 억만장자는 총 57명으로 늘어났다.
게이츠와 버핏은 지난해 6월 공식적으로 ‘기부서약’ 모임을 출범시킨데 이어 8월 기부서약을 한 40명의 부자명단을 공개했다. 기부의사를 밝히는 서한을 공개해 후손에게도 약속을 준수할 도덕적 책무를 지웠다. 게이츠와 버핏 같은 세계적 기업인이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간판 대기업들도 이번 연도에 새로운 사업구상을 할 것이다. ‘통큰 치킨’과 같이 중소기업 분야에 무분별하게 침투하거나 계열 자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지양하고 대(大)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통큰 경영’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최성용
서울여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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