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경제구조는 흔히 한국의 대기업 중심형 경제구조와 비교되곤 한다. 대만의 경제·산업구조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아시아 통화위기 당시 대만이 한국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것은 외부차입금으로 재원을 조달했던 대기업 중심의 한국과는 달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만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가운데 대만의 중소기업 정책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91년 2월 총통령에 의해 공포돼 실시되고 있는 ‘중소기업발전조례’는 이전의 중소기업포괄지원제도인 중소기업보도준칙을 발전시킨 것으로 대만정부는 융자, 보상, 경영관리, 시장과 상품개발, 조세감면, 공공구매 및 공공건설 발전 등의 부문에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만의 중소기업시책은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육성보다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통해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에는 중소기업만을 차별적으로 우대하는 지원제도는 거의 없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의 집중도가 낮아 대기업이 적고 상당수의 대기업은 공공기업으로 기간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편,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크고 작은 수많은 중소기업들에 의해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깝도록 분할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하이테크산업에 종사
이와 같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환경은 간단한 기술만 있으면 소자본과 적은 인원만으로도 기업을 설립해 이윤을 획득할 수 있어 창업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의 자발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유발시킨다.
또 대만은 전통제조업과 벤처기업을 구분할 필요 없이 거의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반도체, 컴퓨터 등 하이테크(Hi-Tech)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과 벤처캐피탈도 하이테크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테크산업, 신죽과학공업원구(新竹科學工業園區), 벤처캐피탈이 대만의 중소·벤처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3대 기둥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현재 대만은 OEM공급을 포함한 PC본체생산에서 세계 시장의 약 40%, 컴퓨터 보드 및 모니터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 전자산업은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에서 ODM(자사설계에 의한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생산, 다시 ODM 생산에서 자사제품개발로 성장했다.
PC조립산업의 성장은 모니터, 마우스 등의 주변산업을 성장시켰고, 또한 모니터의 생산확대가 브라운관의 생산을 유발시키는 등 후방연관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산업의 집적이 조립생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대만에서 컴퓨터 및 주변산업이 성장한 요인으로는 △중소기업이 신축적인 분업을 형성하고 있는 대만의 산업구조가 제품 사이클이 짧은 컴퓨터산업에 적합했고 △컴퓨터 관련기기에 중요한 설계기술과 조립기술에는 고도의 가공기술이 요구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신죽과학공업원구를 건설할 때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한 대만출신의 기술자들이 대거 대만에 돌아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죽과학공업원구는 80년 장경국 당시 대만 총통의 지시로 건설된 첨단복합산업단지이다. 특히 신죽단지는 정부 주도로 실리콘밸리형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죽단지는 설립 이후 대만 첨단기술산업의 산실이자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자리잡았고 605헥타의 부지에 기업입주단지, 연구소, 학교, 주거시설, 세관, 병원, 은행 등 생산에서부터 근린지원 시설이 함께한 종합 단지로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등 첨단기업 292개사가 입주해 있다. 지난 99년에는 매출액 204억불, 매출증가율 49% 및 투자액 204억불, 투자증가율 20%를 기록하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입주기업의 수출액은 111억불로 대만전체 수출의 9% 차지하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 적극 유치
단지 입주기업 직원 8만여명의 평균연령은 31세로 젊은층이 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신죽단지 창업자의 40%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로 왕성한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에 열중하고 있다.
대만정부는 3천여명의 해외인력 유치, 영어·중국어 등 2개국어 시스템 구비, 신설기업 5년간 법인세 면제, 수입기계설비·원재료 등의 관세면제 등 입주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남단 농업지역에 제2의 신죽단지건설을 추진중이다.
대만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 82년부터 미국식 벤처개념과 벤처캐피탈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 주도로 시작된 벤처캐피탈이 90년대 들어 이익을 내기 시작하자 대만정부는 투자를 중지하고 벤처캐피탈협회를 설립, 민간 주도로 전환했다.
총 1000억NT$ 규모의 벤처펀드 중 공공펀드는 24억NT$에 불과하고 20% 정도는 외국 자본으로 지난 98년에는 생명공학부문 투자유도를 위해 NT$10억의 공적펀드가 투입됐다.
현재 대만에는 162개 벤처캐피탈회사가 정부의 지원과 통제하에 활동중이다. 상장기업, 서비스업, 부동산업, 중국본토 등에의 투자는 금지돼 있으며 하이테크 산업에만 투자가 가능하고 4년간 투자액의 20%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大·中企 유기적 분업 형성
한편 대만은 일본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모델로 한 중심위성공장(中心衛星工場)제도를 도입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유기적인 분업 관계을 형성을 통한 저비용, 고품질 제품생산에 나서고 있다. 지난 84년 경제부 공업국내에 중심위성공장제도 추진팀을 조직했고 90년에는 재단법인 중위발전(中衛發展)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의 목표는 기업간 중심위성공장제도를 실현하고 각 산업간 제휴와 협조를 추진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는데 있다.
87년 1월 이 제도에 등록한 중심공장 수는 40건, 참가업체 수는 791개였으나, 97년 6월에는 179건, 2천800개 업체로 증가됐다. 등록건수를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가 23건에 관련기업 수가 580개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계(21건, 232개사), 금속가공(17건, 266개사), 전자(14건, 179개사)의 순이다.
특히 중심위성제도를 통한 기술 지도 및 지원으로 얻은 성과는 투자경비의 15배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대부분 OEM 방식으로 부품을 납품하는 수출방식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마케팅 비중이 다른 나라 중소기업들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이런 OEM 방식 수출에 익숙해져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구개발이나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에 소홀히 해질 수 있다.
특히 대만의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로 연구개발투자의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이것을 보완할 목적으로 대만 정부는 연구개발기관과 인큐베이터를 설치해 기술도입 및 연구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이런 취지에서 설립된 정부계 연구기관으로 산하에 5개의 연구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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