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고도성장기의 주역에 해당하는 창업세대가 고령화됨에 따라, 이들이 일궈온 기업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문제가 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자가 고령화되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성장을 도모하기 보다는 현상유지 차원의 안정경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설비투자, 신사업 진출 같은 확장경영이나 활발한 신기술·신제품 개발 활동 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승계가 원활하지 못해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에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 소중한 암묵지가 소멸되고 일자리와 생산설비가 상실돼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가족기업의 생존율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창업자 당대에 사라지는 기업이 70%에 이르고 3대까지 생존하는 기업은 12%에 불과하며, 4대에 이르기까지 창업자 후손들이 소유, 경영하는 경우는 4%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가족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사업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바통 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레이스에서 실패하기 마련이다. 가족기업에 있어서 사업의 승계는 해당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행사하는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넘겨주고 받는 핵심 경영활동에 속한다.

성공적 승계가 장수기업 첫발

성공적인 사업승계를 위해 가족기업 리더는 후계자 선정과 육성, 승계비용 절감, 가족 관리, 임직원 및 거래처 관리, 주식 및 소유권 이전 등 승계 관련 핵심과제들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가족기업 리더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담은 승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승계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전략적인 프로세스이므로 CEO 혼자 이러한 문제들을 다 생각하고 준비해 나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가족기업 리더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지하기보다는 경영진, 가족 구성원, 전문가 등과 함께 고민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승계과정에서 가족기업의 리더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는 다름 아닌 후계자의 선정과 육성에 관한 것이다. 창업세대 CEO 자신보다 더 좋은 기업을 만들어가고 가족을 더 화목하게 이끌어 갈 후계자를 선정해 유능한 리더로 육성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어 달리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바턴을 이어받은 다음주자가 더 힘차게 달려야하는 것처럼, 승계에 있어서 잘 준비된 후계자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원활한 승계환경 조성 필요

승계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전문가 자문을 받으면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승계비용은 세무와 관련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승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을 줄이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과제다. 여기에는 가족, 주주, 임직원, 주요 고객과 주거래은행 등이 해당된다. 이 가운데 특히 가족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온 가족의 축복 속에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가문의 자랑이고 가족기업의 영속성 유지에도 크게 기여하지만, 승계과정에서 가족간에 불화가 생긴다면 큰 불행이다. 가족간 갈등과 분쟁은 후계자 선정이나 재산분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기에 가족의 리더이면서 기업의 대표자라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CEO는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지혜롭게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이상과 같은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노력과 함께, 사업의 승계를 ‘부(富)의 대물림’으로 보는 사회일각의 부정적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독일 등 EU의 여러나라들과 일본에서는 사업승계를 제2의 창업으로 인식하고 창업에 버금가는 사회적 관심과 함께 과감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승계는 경쟁력있는 장수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가족기업의 대표자는 물론 정부와 유관기관, 대학, 금융기관 등이 힘을 합쳐 원활한 승계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명품 장수기업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이 다수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산업의 허리를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공헌하게 될 것이다.

조병선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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