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를 써봐도 겨울엔 몸이 무겁다. 추위를 견디기 위한 지방질 축적도 원인이겠지만 그것보다는 머리가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머리가 맑아질까? 움직여야 한다.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맑은 머리를 위한 겨울 여행지로는 서산시가 제격이다. 겨울을 대표할 수 있는 철새떼, 굴, 새조개 등이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서산의 유명 여행지인 간월도에 가면 보고 즐기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것말고 또 있다. 바로 아라메길이다.
마치 외래어처럼 들리지만 ‘아라메길’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이다. 바다와 산이 만나는 서산지역의 특색에 맞춰 만들어진 길. 2015년까지 22개 코스, 총 310㎞ 규모의 아라메길을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숲길, 바다길, 철새길 등의 다양한 테마를 맞춰 개발될 것이다. 현재 개발된 코스 중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은 1코스다. 총 20km 정도로 약 6시간이나 소요되는 거리인데 다 걸을 필요는 없다. 개심사부터 시작해 서산 마애불을 거치거나 그 반대로 걷는 코스가 가장 이상적이다.
필자는 개심사에서 상왕산(307m)을 거쳐 보원사지~마애 삼존불~강댕골 미륵불 코스를 택했다. 그다지 길지 않으며 경사도가 심하지 않으며 주요 문화재를 볼 수 있는 최상코스라 할 수 있다.
개심사 일주문을 지나친다. 겨울이라도 썰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따뜻한 겨울 햇살 덕분일 것이다. 세심정이라는 돌 팻말을 따라 계단을 따라 오른다. 아주 익숙하게 걷는 것은 한때 자주 들렀던 곳이기 때문이다. 울창한 홍송이 하늘 향해 솟아오른 길. 개심사(운산면 신창리 1번지, 041-688-2256)를 알려주는 사각진 연못 위로 전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법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의자왕 11년(651년) 혜감국사가 창건해 개원사로 했다가 처능이 중창(1350년)하면서 개심사가 된 천년고찰. 1475년(조선 성종 6년) 중창했고 1955년 전면 보수했다. 경내로 들어서 마당에 있는 석탑과 대웅전(보물 제143호)과 심검당(尋劍堂)을 살핀다. 유홍준 교수가 자연스러움의 극치라던 기둥.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명부전(충남문화재자료 제194호)을 찾고 산신각으로 올라선다. 일명 상왕산이라 부르고 있는데 가야산맥의 줄기다.
능선에서는 전망대와 보원사지로 길이 나뉜다. 전망대는 포기하고 바로 보원사지로 내려간다. 많이 걷지 않은데가 길이 평탄하고 어렵지 않아 이 계절에 걷기에 적당하다. 능선 길을 내려서니 보원사지(사적 제 316호)다. 몇 년 사이 주변은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푸른 천막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래서 인지 제법 구색 갖춘 유적지가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태안, 서산에서 덕산, 공주로 이어지는 길목. 오래전 사신, 승려 등의 쉼터이자 기도처, 수도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보원사지가 있다.
보원사지는 백제계의 양식기반 위에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초기의 석탑양식을 고추 갖춘 5층 석탑(보물 제104호)과 통돌을 장방형으로 만든 석조(보물 제102호), 고려시대에 법인국사의 제자들이 그의 사리를 안치하기 위해 만든 보승탑(보물 제105호),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보승탑비(보물 제106호),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등이 흩어져 있다. 오래전 그 시절의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보원사지를 벗어나 마애삼존불(운산면 용현리 2-10)을 찾는다. 용현계곡이 이어진다. 여름철이면 무수한 사람들이 찾아들 그곳은 졸졸 맑은 물만 흐르고 있다. 어떻게 변했을까? 다리를 건너 삼존불로 오른다. 돌계단이다. 길도 약간 달라진 듯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못보던 건물이 있다. 관리소다. 대신 큰 돌에 새겨진 삼존불을 가려주던 전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훨씬 보기도 좋고 사진찍기도 좋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후기의 작품으로 온화하면서 자애로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는 곳. 그래서 가장 뛰어난 미소를 지니고 있어 `백제의 미소`라 불린다. 여전히 그 미소를 지으면 반긴다. 빛이 비쳐지는 위치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진다.
문화해설사의 유창한 설명이 이어지지만 어찌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저 서로 마주하면서 같이 미소를 던질 뿐이다.
이곳을 비껴 강댕골 미륵불 앞에 선다. 사람 키를 넘는 돌무지 서낭당 위에 미륵불이 서 있다. 오래 전부터 민간신앙화해 마을 길목에서 미륵으로 모셔졌던 것. 이름이 강댕골로 붙여진 것은 고풍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된 강댕이 마을에서 옮겨 왔기 때문이란다. 고려시대에 조성됐으며 마을이나 절집을 지키는 장승 역할을 하는 ‘수호장승’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오며가며 소원이나 무사 통과를 위한 기원을 하기 위해 던진 돌이 돌 무더기를 만들었던 듯하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유기방 가옥과 조선조 제2대 왕인 정종의 4남인 선정군의 사당인 선정묘, 유상묵 가옥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곳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해미읍성(사적 116호)이다. 조선시대에 쌓은 석성. 성곽길이 1800m, 높이 5m, 면적은 약 20만㎡이다. 서해안에 자주 출몰하던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충청병마절도사가 주둔해 230여 년 동안 충청도의 군사 중심지로 활용됐으며, 1963년 사적 지정 후 발굴복원공사가 시작되어 관아건물, 옥사, 민속가옥, 해자 등이 복원되어있다.
특히 해미읍성은 천주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그 이유는 천주교 탄압하면서 1천여 명의 천주교신자를 처형했던 역사적 순교성지이기 때문이다. 해미읍성에서는 매년 ‘서산해미읍성문화축제’를 개최해 충청병마절도사 출정식 및 무과수련원, 전통 민속공연, 병영체험 등 조선시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꼭 찾아봐야 할 곳은 여수골 성지다. 당시 신자들을 생매장 한 현장이다. 지금은 그때를 알 수 있게 잘 설명되어 있으며 당시 둠벙에 생매장을 했던 다리를 잇는 돌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들이 죽으면서 울부짖던 예수님이 멀리서 들었을 때 여수로 들려서 여숫골이 됐단다. 시대의 비극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런 과정을 겪고나서야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역사가 너무나 슬프다.

여행정보
○ 아라메길 1코스:마애삼존불-방선암(0.2㎞)→ 보원사지터입구(1.5㎞)→ 개심사입구(4.8㎞)→ 개심사(5.6㎞)→ 개심사주차장(6.1㎞)→ 임도접경지역(7.9㎞)→ 오학리입구(8.7㎞)→ 서해안고속도로굴다리(10.1㎞)→ 오학리3거리(11.0㎞)→ 해미향교(11.6㎞)→ 해미읍성앞(13.0㎞)
○ 찾아가는 방법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 또는 해미IC~647번 지방도~운산초등학교앞에서 우회전 하면 개심사 팻말이 좌측에 나타난다. 좌회전하여 신창저수지를 끼고 들어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서산시내 터미널에서 해미, 운산행 버스로 갈아타거나 해미에 내려서 개심사 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입구에 내려서 걸어야 한다.
○ 문 의 :서산시청 문화관광과(041-660-2498), 사무국(041-669-3041), www.aramegil.kr.
○ 추천 별미집 :개심사 앞에는 토속음식점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 고목나무 가든(041-688-7787)이 괜찮다. 주변에서 농사지은 것들이 주재료가 되는 웰빙 음식이다. 서산시내에서는 향토(041-668-0040, 우럭 젓국), 반도회관(041-665-2262) 등이 괜찮다. 시내의 장터에 가면 생생한 지역 특산물등을 구입할 수 있다. 상설인데 규모가 커서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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