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36만여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중 취업비자나 연수비자를 통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29만여명의 외국인은 불법체류자들이다.
불법체류자 문제 및 일부 기업에서발생되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유린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현재 시행중인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관리의 문제
고용허가제 도입과 관련한 쟁점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인권 유린의 문제나 불법체류의 문제가 과연 산업연수생제의 부작용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 만약에 이상의 문제가 산업연수생제에서 파생되는 문제라해도 고용허가제가 과연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안인가 하는 것이다. 대답은 ‘아니오’다.
29만명의 불법체류자중 불과 6만명만이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자인데도 산업연수생제도가 불법체류자 양산의 주범으로 왜곡되고 있다. 본국에서보다 최대 40배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불법으로라도 한국에 머물려는 유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외국인노동자제도를 산업연수생 또는 고용허가제로 하는 것과 크게 상관 없으며 불법체류자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인권유린의 문제도 치유될 수 있다.
불법체류 해결의 열쇠는 고용허가제의 도입이 아니라 강력한 단속 틀과 인력을 재정비하는 데 있다.
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기업들의 임금부담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수의 중소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노동집약적인 업종의 경우 원자재 비중보다 높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30% 이상 가중될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3D 기피업종의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지만 내국인 근로자 대비 저임금 구조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상기해야 한다.

산업연수제 보완시행이 최선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급여 외에 외국인의 숙식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비용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내국인의 76%에 불과한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수준은 84%로 높아 결코 외국인에 대한 대우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른 노동3권 보장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곤혼스럽다. 외국인노조설립 및 집단행동에 따른 안정적 조업활동의 저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고용허가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채택한 경우에도 우리가 도입하려는 것과 조금 다르다. 대만, 싱가폴의 경우 철저히 차별관리하는 고용허가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외국인귀국준비촉진법’을 제정할 정도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우리도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 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산업연수생제도와 관련한 각종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연수생선발이 컴퓨터 추첨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12월에는 계약이행보증금 제도와 위탁관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이탈에 대한 책임을 송출국가와 송출기관에 두는 등 제도개선 조치가 이뤄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들을 완화시켜가면서 산업연수생 쿼터를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중소업체들의 인력갈증을 해소시켜주고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보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야 국가의 부가 창출될 수 있다.
외국인력제도가 기업 경쟁력과 국익을 우선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운영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근진(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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