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선 지 100여일, 우리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다. 빈발하는 사회적 혼란사태들에 가려, 올 들어 국가경제 전반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챙기고 해결하려는 국가적 주체도 의지도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 경제는 이미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3백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와 이에 따른 카드사의 부실, 자금난과 인력난으로 줄줄이 쓰러지는 중소기업과 투자계획조차 못 잡는 대기업, 꺾일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투기,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재래시장 경기, 활력을 잃은 지 오래인 지방경제, 어느 한군데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보니 우리 경제가 다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통계지표로 보더라도 우리 경제는 이미 중증의 환자이다. 지난해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민간소비는 올 1분기 증가율이 0.9%에 그쳐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냈고, 경상수지는 지난 연말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6.8%에서 올 1분기에 1.6%까지 급락해 기업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분기에는 그나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의 80%를 담당했으나, 5월 들어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성장에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제성장률은 1분기 3.7%로 급락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2%대의 저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며, 앞으로 ‘성장률 제로’에 근접한 저성장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급격한 성장률 저하는 당연히 실업률 상승을 가져오면서, 심각한 사회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저성장’지속 우려 높아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계층 간의 소득 격차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 근로자 가계지수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소득이 많은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의 5.47배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졌던 98년 1분기의 5.5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로 미뤄볼 때, 새 정부 들어 ‘성장과 분배’ 그 어느 쪽도 개선되지 못하고 양쪽 모두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기의 통계수치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경제는 올 들어 민간소비ㆍ기업투자ㆍ수출 등 성장을 견인할 ‘수요’가 완전히 위축돼 경제성장이 사실상 멈춰버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한국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기해결 근본처방 절실
이러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는 이미 ‘사스’ 수준의 중병에 걸려 있는데도 경제관련부처에서는 감기에 걸린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럽다. 정부에서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문제의 근원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저하와 성장잠재력 고갈에 있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모색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해서 금리인하나 추경예산의 편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단기 대책일 뿐이며,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분배 쪽으로 기울고 있는 정책의 저울추를 성장 쪽으로 가져오는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1995년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도달한 이후, 8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가진 것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느냐에만 골몰해서는 다같이 못살게 될 뿐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을 힘차게 돌려서 ‘한국호’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업 창업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분위기 조성에 정부 관련부처가 앞장서야만 한다.
이의 실천을 위해서, 정부는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온갖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모든 환경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창업과정도 더욱 단순화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불필요한 규제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5일근무제, 고용허가제 등 기업하기 어렵게 하는 정책방안들의 도입도 당연히 제고돼야 한다. 정부의 비전인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도 기업하기에 적합한 경제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기업인을 우대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서 위축된 기업가정신이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새 정부가 국가경제를 담당한지도 어언 100여일, 이제는 돌출하는 경제현안 대처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특정 이익집단의 배려에 둘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우선하는 쪽이어야 한다.

송광선(순천향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ongks@sch.ac.kr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