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신입사원 P씨는 거래처 상담이 시작되기에 앞서 은근슬쩍 선배 K씨에게 묻는다. “과장님, 선물은 어떻게 하죠?” K과장은 깜박 잊은 듯이 “아참, 선물은 챙겨 가지고 왔지?”라고 웃으면서 물어본다. 기다렸다는 듯 P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과장님, 제가 누굽니까? VIP용으로 회사 로고 찍힌 시계 두 개하고요, 만년필 세트 그리고 일반용으로 전통 열쇠고리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K과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래, 준비하느라 애썼네. 그런데 어떡하지, 이 회사는 선물을 받지 않아.” P씨는 순간 머리가 쭈뼛서며, “아니 뭐, 뭐라구요? 이걸 가져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농담하시는 거죠?”라고 말하자, 선배 과장은 “내가 진작 말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네만, 작년부터 이 회사에서는 선물 규정을 다시 만들어서 금액에 상관없이 선물을 받지 않아.”라고 무심히 말한다.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는 P씨, ‘아이고, 사놓은 선물은 어떡하나? 경비 처리는 또 어떻게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권 사람들에게 있어 ‘선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즉 마음에서 우러나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하는 본연의 의미를 훨씬 초과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사치레’라고 생각해 부담까지 느끼곤 한다.
선물을 주어야하는 경우는 크게 비즈니스와 사교의 두 부류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일단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선물 문화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많아 자칫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반면에 사교시의 ‘선물’은 만국공통이라고 보면 맞다. 즉 선물의 내용을 제외하고, ‘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없는 것이다. 결혼식이라든지 생일 또는 집으로의 초대 등 각종 행사시 주인에게 또는 초대한 사람에게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비즈니스든 사교의 목적이든 간에 ‘선물’은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촉매제임에 틀림없다.
단 ‘받아서 즐겁고, 주어서 즐거워야 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에서 ‘주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받는 사람 위주의 선물을 하기 위해서 사전에 면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주어서 즐거운 선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즈니스의 또 다른 언어 수단이자, 프로토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선물 문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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