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대 하천의 하나인 금강은 남한에서는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큰 강이다. 유역면적 9,810km, 유로연장 397.25km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 신무산(897m) 8부 능선에 있는 뜬봉샘(飛鳳泉)이 발원지다. 그 물줄기는 흘러 흘러 무주의 구천동, 충북 영동 양산 8경의 비경을 만들어낸다. 청원 지나 하류지점 공주시를 에돌다가 부여에서는 백마강으로 불리면서 부소산을 휘돌아간다. 강경 지나 금강 하구언으로 이어지면서 군산만으로 유입된다.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은 전북 장수군 수분리 마을에서 뒷산 계곡을 따라 2.5㎞ 올라가면 만나게 된다. 최근에는 샘까지 걷기 좋은 코스로 만들어 두었다.
뜬봉샘에는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성계는 나라를 얻기 위해 전국 명산을 찾으면서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신무산 중턱에서도 단을 쌓고 백일기도를 드렸다. 100일째 되는 날 새벽, 단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에서 기도를 드린지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떠오르더니 봉황새가 무지개를 타고 너울너울 날개 짓하면서 하늘로 날아갔다. 봉황이 떠가는 공중의 빛을 따라 아련히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새 나라를 열라’는 천지신명의 계시가 환청처럼 들려 온 것이다. 이성계는 봉황새가 날아간 지점으로 가봤더니 풀숲에 가려진 옹달샘이 있었다. 이성계는 하늘의 계시를 들은 단 옆에 상이암이라는 암자를 지어 샘물로 제수를 만들어 천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 후부터 이곳은 봉황새가 떴다고 해서 뜬봉샘이 된 것이다.
뜬봉 샘물은 흘러흘러 금강의 천리 길을 만들어낸다. 그 중 상류지점인 영동에서는 양산8경이라는 수려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송호관광지(043-740-3228, 양산면 송호리 일대) 는 강물이 깨끗하고 100년 이상된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 송림은 계절 불문하고 야영장소로 그만이다. 여의정이라는 정자는 박응종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쳤다고 전해지고, 강변에 서면 멀리 용암과 강선대가 보인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였다는 강선대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강선대를 쳐다보는 그 자리에 용암이 있다. 선녀가 목욕하는 것에 반한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서 만들어졌다는 바위다.
청원군 금강줄기 변에는 비포장 강변 드라이브 길이 연기군 금남면 부용리에 숨겨져 있다. 워낙 후미진 곳에 숨겨져 있어 초행자는 찾기가 쉽지 않다. 예전 수로가 발달될 때는 이곳까지 배가 운항되었다고 한다. 물줄기는 공주, 부여로 이어진다. 공주에서는 금강 자연휴양림(반포면 도남리), 석장리 선사유적지, 공산성(사적 제12호)등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산성은 산책하기에 좋은데 성곽에서는 공주시를 에도는 금강변이 한눈에 조망된다. 멀지 않은 곳에 애달픈 곰의 전설이 흐르는 곰나루터가 있다. 옛 표기로는 ‘고마나루’다. 금강변을 바라보는 위치의 곰나루에는 자그마한 사당 ‘웅진사’가 있다. 사당의 큰 돌 곰상과 마당의 곰을 기리는 ‘비’가 눈길을 끈다.
해마다 곰을 기리는 제사를 올리는데, 곰이 제(祭)를 받는 사연은 무엇일까. 곰냇골 동쪽 산허리 동굴에 암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짝이 없어 고독했던 암곰은 고기 잡던 어부를 납치해 함께 살게 된다.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갈 때에는 큰 돌로 굴 문을 막아 놓곤 했다. 여러 해 같이 사는 동안 새끼 둘까지 낳게 되자 이제는 도망가지 않겠지 하는 맘으로 굴 문을 열어 놓고 먹이를 구하러 갔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남자는 도망쳐서 이미 나루를 건너고 있었다. 암곰은 새끼들을 데리고 쫓아가서 울부짖었으나 남자는 뒤도 안보고 도망가기 바빴다. 슬피 울던 곰은 그만 새끼들과 함께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 뒤, 곰나루에서는 물고기도 잘 잡히지 않고 불상사가 자주 일어났다. 어부에게 버림받은 암곰의 한이 밴 것이리. 그 때부터 사당을 모시고 수신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물줄기는 곰나루를 지나 부여로 흘러간다. 부여에서는 부소산(부여읍 쌍북리)을 먼저 찾아야 하리. 부여읍의 북쪽에 있는 야산, 부소산에는 산성(사적 제5호, 106m)이 있었다. 백마강이 흐르고 있는 천연적인 요새로 백제의 수도인 사비성을 수호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소산에는 사자루, 영일루, 반월루, 낙화암, 고란사 등이 있다.
특히 낙화암(문화재 자료 제 110호)의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게 침략을 받아 적이 도성에 들어와 살륙방화를 일삼자 도성을 빠져나온 많은 백제의 궁녀들은 적병에 유린당하기보다는 죽음으로 절개를 지키자고 백마강에 몸을 던지게 된다. 낙화암이란 명칭도 강으로 몸을 날리던 여인들의 모습이 마치 꽃잎이 흩날리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벼랑끝 바위 위에 백화정(충청남도 문화재자료 108호)이 있다. 옛 역사는 기록을 남겼을 뿐, 지금은 경관이 아름답다는 생각 뿐이다. 낙화암 발 밑을 오가는 유람선도 그저 ‘백마강 달밤에’만을 토해 낸다.
낙화암에서 강변쪽을 향해 더 내려가면 고란사다. 고란사는 고란초와 약수에 얽힌 전설로 유명하다. 의자왕은 매일 고란사의 약수를 마셨다.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란초 이파리 하나씩을 띄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란초를 볼 수 없다. 자연 식생이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의자왕은 이 약수를 마시면서 위장병은 물론, 감기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원기가 충만했다고 한다. 또 노부부가 물을 마시고 나서는 어린아이가 되었다는 과장된 전설도 있다. 물맛은 시원하고 달다.
고란사에서 강변으로 내려오면 유람선이 기다린다. 구드래 나루터 조각공원 앞까지 왕복 운행하는데 10여분도 채 안 걸린다. 백마강변에서 바라보는 부소산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또 백제대교 위에 있는 수북정(부여군 규암면 규암리)에서도 강줄기를 볼 수 있다. 옛 규암나루터 백마강변의 자온대 윗쪽에 세워진 정자는 조선 광해군 때, 양주목사를 지낸 김흥국이 인조반정을 피해 이곳에 와서 살면서 지었다. 수북정이라는 이름은 자신의 호를 따 붙였다. 예전, 풍광이 좋아 풍류객들이 찾아와 시를 지었다는데, 여전히 멋지다. 주변에 노거수가 남아 세월의 흔적을 연상케 해준다.
물줄기는 흘러서 논산시 강경으로 달려간다. 수로가 발달되던 시절, 예전 강경장은 대구시장, 평양시장과 함께 우리 나라의 3대 시장으로 꼽혔다. 호남지방에서 나는 갖가지 농산물과 바닷가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이 금강을 거슬러 올라 강경장에 쌓였다가 충청도 내륙과 경기도로 들어가고, 또 반대로 내륙에서 기른 특산물은 강경포구를 거쳐 아래 지방으로 펴져 갔다.
강경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바로 새우젓 시장이다. 강경포구에서 멀지 않은, 염천동이 새우젓 밀집촌이었다. 개천을 사이에 두고 통나무를 이어 만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던, 새우젓 상가들이 남아 옛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면서 새우젓 상가들은 주차시설 좋은 외곽으로 분산되었다. 젓갈집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현재 강경에서 판매되는 젓갈의 원재료는 신안, 목포, 강화 등에서 가져온다. 강경상인들은 외지에서 사온 생선을 섭씨 15~20도의 저온에서 3개월 이상 발효시켜 맛깔나는 젓갈을 생산해 낸다. 가을철이면 강경 젓갈 축제를 연다.
강경을 지나면 익산의 성당포구와 웅포(곰개나루터)로 이어진다. 성당포구의 강폭은 넓지 않다. 그래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은행나무(전라북도 기념물 제109호)가 볼거리다. 대신 멀지 않은 곳의 웅포 마을은 넓은 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덕양정에서 금강변으로 지는 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또 베어리버 골프장(웅포면 웅포리 172-9, 063-720-7000, www.bearriver.co.kr)도 금강 조망하기 좋다. 그 외 입점리 고분군, 숭림사가 볼거리며 옛 명맥을 이어가는 우어회 식당들도 있다.
이제는 웅포대교를 건너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을 가야 한다. 웅포와는 마주 보이는 위치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뚝방에는 영화촬영지를 포스터를 걸어 촬영지를 알려주고 있다. 갈대밭 입구에는 장승과 통나무 다리, 시를 목각해 놓은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다. 갈대숲을 걸으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양 즐거워진다. 신성리를 비껴 금강하구둑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한산모시관(한산면 지현리 60-1)을 찾으면 된다. 전시관에는 모시를 삼는 사람, 모시 틀에 직접 짜는 사람, 옷을 깁는 사람들이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생동감과 현실감이 느껴지는 전시관이다.
끝으로 금강 하구둑으로 가면 된다. 금강 줄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지점으로 국내 3대 철새도래지로 손꼽는다. 넓은 담수호와 인근의 광활한 농경지 등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데 더없이 좋은 자연조건이다.
특히 금강하구 유부도는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제326호)의 세계적인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금강 하구둑 주변에 서천군 철새조망대가 있지만 군산 철새전망대(063-453-7213~4, www.gmbo.kr,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가 더 인기다. 산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금강을 조망하기 좋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 수십만마리의 철새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군무는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여행정보
실제적으로 여행을 하려면 한 지역을 선택해서 꼼꼼히 즐기면 좋을 듯하다. 이 계절에는 서천과 군산 쪽이 적격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군산 나들목이나 서천을 이용하면 된다. 공주 금강줄기변에는 장어집들이 남아 있다. 또 서천의 금강줄기의 민가에 들르면 전통주인 소곡주를 아직까지 빚는 집이 있다. 하루종일 앉아서 마시다 다음날 봇짐까지 잃는가 하면, 과거 길에 오른 선비가 한산지방의 주막에 들렀다가 소곡주의 맛과 향에 취해 한두잔 마시다 과거 날짜를 넘겼다고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한다. 백제가 망한 뒤 백제 유민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소곡주를 빚어 마셨다는 얘기도 있다. 또 군산은 회등 먹거리가 유명한 지역이다.

-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