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각종 단체들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동반성장’이라는 단어가 회자되면서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에 충격을 주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최근에도 중동에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원유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렇게 상승한 생산비용은 당연히 상품의 판매가격에 포함시켜야만 기업의 수지타산이 맞게 된다.
따라서 대기업의 협력중소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납품단가를 인상시켜달라는 요구를 하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자사제품의 가격을 올리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제품의 가격인상이 쉽지 않다.
중간재를 생산하거나 OEM 방식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대기업이 생산비용의 상승에 맞추어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대기업은 비용부담이 상승했기 때문에 납품단가를 동결시키려는 욕구를 갖는 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이라는 경제원칙에 의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마음대로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스스로의 판매매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유통업체에 의존한다. 유통업체들도 가격을 급작스럽게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매장물건의 납품가격을 생산비용의 상승에 맞춰 즉각적으로 올려주지 않는다.

中企의 협상력은 相生에 필수

물론 유통업체들이 그들의 유통마진을 일정 수준 감소시킨다면 납품가격 인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역시 현실적으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완제품 가격의 인상은 정부도 원치 않는다. 정부 역시 물가상승의 압력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또다시 ‘동반성장’, ‘상생협력’이라는 말들이 언론에 강하게 회자되고 있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우리 산업과 경제의 생태계가 선순환구조로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들을 도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도 ‘기업 이미지의 제고’와 ‘정부의 환심 사기’를 위해 협력회사를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보도자료를 줄줄이 발표하고 있다. 심지어 금융기관들도 중소기업 지원을 하지 않는 대기업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되는 상생협력은 오래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외부에 보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영리기관이고 수익을 창출해야 유지된다. 결국 대기업의 선처에 호소하는 상생구조는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가능한 구조이다.

품질개선으로 협상력 확보해야

대기업이 스스로 어렵다면 관련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약속은 무참히 깨질 수 있다. 진정한 상생협력은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힘을 키워 협상력을 가져야 가능하다.
필자는 헤르만 지몬의 ‘히든챔피언’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히든챔피언, 즉 독일의 작지만 강한 기업들도 자국내 대기업들이 전통적인 거래관계의 파기를 요구하며 납품단가를 인하하고, 해외로 아웃소싱을 확대하자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업계의 선두주자가 되면서 자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해서도 자연스럽게 협상력을 얻게 되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고 자국에 머무르며 특정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우 해외로부터 경쟁기업이 국내로 들어오게 되고, 그로 인해 경쟁기업이 증가하면 대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이 더욱 불리하게 된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끓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새로운 고객의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자국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품질개선은 필수이다.
적극적으로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고객을 찾는 길만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가지는 방법이다. 협상력은 타인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지는 것이다.

정남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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