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1년 희망 되찾아”

“달라진 것이요? 희망을 되찾은 것과 언론사 취재요청이 많아진 것이지요.”
연립주택과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만리동. 나들가게 서울 1호점 ‘정슈퍼’가 있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 돌아서기를 여러 번. 쉽게 찾을 것 같던 ‘정슈퍼’는 결국 지나던 주민들에게 위치를 물어 본 후에야 눈앞에 나타났다.
10여 평 남짓한 이곳은 지난해 5월 나들가게로 새롭게 문을 열고 성공스토리가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나들가게를 처음 시작하려는 소상공인들의 문의가 여전히 많다고 서현정씨가 귀띔한다.
김성국(40)·서현정(38)씨 부부가 ‘정슈퍼’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7월. 한·일 월드컵이 막 끝난 직후였다. 하루매출은 70여만원선. 손님이 많은 날은 100만원을 넘긴 적도 있지만 2006년 무렵 서울역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2002년 점포 인수당시 개보수 없이 바로 영업을 하면서 노후화가 심각했습니다. 아무리 새 상품을 들여 놓아도 신선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대형마트 입점과 경기위축으로 ‘정슈퍼’의 매출도 점차 줄었다. 수입이 줄자 상품을 제대로 구비할 수 없었고 외상 거래의 부담을 느낀 대리점들도 물건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단골 고객들도 찾는 물건이 없자 등을 돌렸다. 물건이 있으면 팔고 없으면 안파는 식으로 고객을 상대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점포를 계속 운영하자니 빚만 늘고 대안도 없이 절망의 늪에 빠진 심정이었죠. 대리점 결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니까요.”
거리에 나앉기 직전까지 몰렸다는 김성국·서현정 부부는 신용카드가 정지돼 버스카드를 별도로 사서 다닐 정도로 경영상황이 나빠졌다고 회상했다.
결국 부인인 서현정씨가 슈퍼마켓 일을 접고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일거리를 찾아 겨우 생계를 연명할 수 있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김성국·서현정 부부에게 희망의 빛이 보인 것이 이 무렵. 주위에서 나들가게에 지원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지난해 2월 말 나들가게를 신청한 김 사장은 4월 하순 점포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사실 나들가게 신청도 쉽지 않았습니다. 신용등급이 최하로 떨어졌고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뒷감당 할 수 없었으니까요.”
3,600만원을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자금지원 받은 ‘정슈퍼’는 우선 리모델링에 나섰다.
어둡고 지저분해 새 물품도 오래된 것처럼 보였던 실내를 밝고 깔끔하게 정리하자 발길을 돌렸던 젊은 고객들이 다시 찾았다.
POS 시스템을 설치, 판매와 매출집계는 물론 재고 및 현금 입출금 현황까지 쉽게 파악되다 보니 슈퍼마켓 운영이 한결 쉬워졌다.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과자,커피,라면을 위주로 싼 값에 판매를 하자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졌다.
상황이 바뀌자 매상이 2배 이상 뛰어서 하루 평균 60~8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금회전이 안돼서 물건을 제대로 갖다 놓을 수 없었던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나들가게로 변한 이후 발길을 끊었던 손님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1호점으로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김성국·서현정 부부는 나들가게로 새로운 희망을 다시 찾았다. 더욱이 나들가게 서울 1호점주로써 나들가게 운영 노하우를 새롭게 시작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전파하고 싶은 사명감에 가득차 있다. 나들가게 출범 1년만의 일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