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가게 출범 1년에 대한 소감이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봤다고 할까요.”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주택가에 위치한 아름슈퍼 임종순 사장은 나들가게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냈다. 지역주민이 잘 찾는 상품을 먼저 파악해 좋은 제품을 들여 놓는 것은 물론 나빠졌던 건강도 되찾았다. 20여년 간 슈퍼를 운영했지만 고객 관점에서 가게 운영에 나서게 된 것도 가장 큰 변화중 하나라고 스스로 놀라워했다.
“지난 2000년 무렵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장사가 잘 안됐습니다. 집안일과 병행하다보니 3~4시간 밖에 못자는 경우도 많았고 결국 암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나들가게 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아름슈퍼를 중심으로 반경 150m 내에는 재래시장과 대형슈퍼가 자리잡고 있어 사실상 양호한 입지조건은 아니다. 더욱이 나들가게 신청초기 배치된 지도요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안돼 관계기관에 교체요청도 했다.
대대적인 레이아웃 변경부터 시작한 임 사장은 출입구를 바꾸고 진열방법을 개선한 것은 물론 시장조사를 실시해 주요고객인 젊은 층을 위주로 한 상품목록도 작성했다.
새롭게 배치된 지도요원들도 임 사장과 뜻을 합쳐 획기적인 변신에 나섰다. 이렇게 태어난 아름슈퍼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매출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매출이 나들가게 이전에 비해 두배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임종순 사장은 “인근 대형마트 등에서 수시로 시장조사를 해 지역주민이 잘 찾는 상품을 파악하고 있다”며 “슈퍼의 경쟁력은 친절보다 저렴한 물건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슈퍼 운영방식을 바꾸면서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경우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프라임마트 이복진 사장은 가게 운영에 대한 걱정을 나들가게를 통해 해결했다.
우선 손님이 가게를 이용하는 데 편리하도록 물건 위치를 알리는 푯말을 걸어 뒀다. 매대 진열도 훨씬 깔끔해졌다. 연관 있는 상품끼리 진열을 했더니 동선이 훤해졌다.
“처음엔 나들가게 지원사업에 회의적이었습니다. 대기업 시스템을 이길 수 있을까 싶었지요.”
이복진 사장은 나들가게 로고가 선명한 간판이 걸린 것만으로도 매출이 20% 오르는 효과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좀더 가게에 변화를 주면 매출이 늘어날 것 같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으로 아침 7시부터 새벽 한시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다. 12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가게를 운영한 의왕마트 정도화 사장도 조그만 슈퍼부터 대형마트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중 리모델링 필요성을 절감했다.
나들가게를 신청한 정 사장은 내부부터 외부까지 전문가의 도움으로 레이아웃을 확 바꿨다. 연두색과 오렌지 두 색의 밝은 조합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카페 같은 실내 분위를 연출했다. 출입문 위치도 바꿨고 냉장고 배치도 새롭게 했다. 이렇게 바뀌자 손님들이 머뭇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가게로 들어오는 변화가 일었다.
“내용물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더군요. 슈퍼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품질편차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손님들의 관심을 끌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정 사장은 채소나 과일의 상세한 정보를 손님에게 알려준다. 손님들도 신선하다고 만족해한다. 채소는 저녁이 되면 다 팔린다. 1차 상품이 매출 향상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정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나들가게가 출범 1년을 맞아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물류센터 설치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우선 꼽는다.
경기도 안양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A사장은 “당초 정부 약속대로 물류창고가 제때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사장은 “소상공인들이 가격 경쟁력을 가지려면 구매력 향상이 필수적이며 지역별 물류센터 설립과 조직화가 열쇠”라며 “환경개선, 친절교육 보다 싼 물건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나들가게의 거리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남지역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B사장은 “이지역은 나들가게와 SSM, 편의점이 붙어있는 곳도 여러 곳인데 나들가게 마저 거리제한 없이 설치될 경우 과열경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도요원과 POS제품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충북지역 소재 B마트 사장은 “개업당시 지도요원들이 POS제품을 특정회사 제품 1개만 설치하도록 알려줘 그대로 시공했다”며 “개업 후 잔 고장으로 관련 제품을 따로 교체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정부정책이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사장은 “나들가게로 희망을 되찾으면서 로또 맞은 기분”이라며 “나들가게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 만으로도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이 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조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장은 “대형유통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에 대응해 추진한 나들가게 지원사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매출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공동구매사업과 교육, 컨설팅, 물류센터 건립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들가게가 출범한지 1년여만에 2300여개로 늘어나는 등 중소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5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앞줄 오른쪽)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앞줄 왼쪽) 등이 나들가게 양재점을 방문, 쇼핑 중인 손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중소기업뉴스 자료사진>

<특별취재=최종락·박완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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