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필요성과 관련 중소기업계는 의미 있는 제안으로 평가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고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사회주의 등 이념적 갈등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무엇인가=중소기업계는 곽승준 위원장의 연기금 역할 확대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논평에 따르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국민들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로 이번 제언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동반성장에 대한 더욱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 달라고 제안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과거 인식과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리한 중소기업 시장침투와 일감 몰아주기 심화 등 동반성장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같은 조치가 나온 것으로 풀이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주장 논의가 처음 나온 것은 10여년 전. 학계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전부터 논의돼 왔고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유사한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정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 확대에 나선 것은 대기업의 관료화 때문. 1~2년 단기성과에 치중하다보니 3~4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이윤내기 쉬운 중소기업 아이템 사업화에 치중하면서 정작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소홀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주권 적극 행사 발언 왜 나왔나=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금융정책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를 촉구하면서 “국내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고 있는 대기업이 국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수종 분야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또 “이미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적절하다”고 설명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미래전략사업이 아닌 중소기업 업종으로의 문어발식 확장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며 대기업 위주의 과점체제와 수직 계열화가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약해지고 있어 장기투자하는 연기금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쌓아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곽 위원장의 발언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통한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과 경제 양극화 해소를 어젠다로 설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동안 동반성장과 관련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벌 대기업들의 흔들기 이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도 지난달 초과이익공유제 논란과 관련 사퇴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대기업 반발 예상된 수순=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이후 반대 여론몰이에 나선 재계는 이번 곽 위원장 발언에도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치논리에 의한 관치목적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며 ‘연금사회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경제가 민간부문 위주로 시장의 공적 기능이 강조되는 반면 우리 경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납세 및 동반성장 등이 취약하고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못해 움직인다고 분석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해서도 공적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의 연기금은 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성과를 높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주주 행동주의’를 내세웠던 미국 최대 연금기금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가 대표적이다.
캘퍼스는 1987년부터 매년 기업 성과가 나쁘고 지배구조가 열악한 기업 10여개를 ‘포커스 리스트(focus list)’라고 선정해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애플 주식 0.24%를 보유한 캘퍼스는 지난 2월 열린 애플의 주주총회에서 ‘주주 권리’를 내세우며 애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투표제’를 관철시켰다. 최고경영자가 독주하면 주주들이 이사 선출을 통해 견제할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TIAA-CREF(교직원 연금보험), 네덜란드의 ABP(공무원 연금), 캐나다의 CPP(국민연금) 등도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경영자와 정례적인 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좋은 지배구조가 기업의 R&D와 혁신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며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사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인 기업경영전략 수립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국내 주요 기업들이 가족간 경영권 승계, 투자의사 결정권자의 비전문성 등 지배구조 취약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투자규모는=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324조원에 달했고 오는 2043년 250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현재 55조원으로 적립금의 17%에 달한다. 이 가운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139개사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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