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는 말도 있지만…

A사장은 성질이 불같다. 그의 불같은 성질은 그가 뱉어내는 말에 그대로 묻어나온다. 사원들에게 야, 자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새끼’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더 심한 욕을 했다가 그 회사에 노조가 생겼을 때 심한 곤욕을 치뤘다.
B사장의 장기는 어떤 경우에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화가 났을 때는 입을 꽉 다물어버린다.
그래서 그 회사 간부사원이나 그의 아내는, 그가 입을 다물고 말을 안하고 있을 때 긴장한다. 화 났다는 표시이니까. 그는 말 안하면서 말 한만큼 효과를 낸다.
C사장은 때로 말을 흘린다. 직접 대놓고 하기 어려운 말이 있으면 그 귀에 들어가라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의중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말을 흘리는 것이다.
편리한 면도 있다고 본인은 말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입장에서 그는 이 방법으로 자진사퇴를 유도하기도 했다.
D는 아주 말이 많은데다가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리 시대의 평균적인 인물이 그런지는 몰라도 말이 많으시니 사업 보다는 정치를 하시라는 소리도 듣는다.

욕설은 CEO의 언어가 아니다

CEO는 노출돼 있다. 아니 전시돼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사원들 앞에 공개돼 있다. 그냥 공개돼 있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 어린 눈초리들 앞에 무슨 사냥감처럼 전시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CEO의 말 한 마디는 회사 분위기에, 그리고 사원들의 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에서 예를 든 ABCD 네 사람의 CEO는 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말할 수는 없지만, 결론은 지위가 높을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원들에게 욕을 하는 CEO가 매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故 정주영 회장 같은 경우다. 욕을 하고 욕값으로 돈을 주거나 술을 사는 CEO가 가끔 ‘화통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욕설은 CEO의 언어가 아니다.
B사장의 경우 과묵형이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일지 모르나 언어의 코뮤니케이션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있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C는 언어를 다분히 전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케이스. D는 말조심 해야 할 사람.

말 때문에 터진 난리법석 꽹과리

최근 우리나라는 말 때문에 말이 많아진 나라로 돼 가고 있다. 신문방송의 편집국장, 보도국장이 대통령이 초청한 자리에서 ‘말 좀 아끼시라’는 충고를 공개적으로 한 일도 있다.
한 편으로는 좋은 일이다. 대통령더러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소리를 대놓고 할 수 있는 나라라면 어쨌든 나쁜 나라는 아니다. ‘공산당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나라라야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를, 대통령이 했다고 해서 난리법석 꽹과리가 터졌다.
그런가 하면 각종 언어를 동원해 대통령을 그야말로 짓이기는 행태도 언론이 보여주고 있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만큼 언론에서 얻어터지는 대통령도 없다. 주로 말 때문이다.
말과 돌맹이는 한 번 던지면 돌이킬 수가 없다. 더구나 자기가 한 말은 자기에게 되돌아 온다는 사실은 대통령도 알아둘만한 명제다. 아니 CEO들이 더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말은 늘이거나 줄일 수는 있지만 한 번 입 밖으로 나오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특히 칼로써 입은 상처는 고칠 수 있지만 말로써 입은 상처는 고치기 어렵다는 점은 심한 소리, 독한 소리 잘 하는 CEO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