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원고의 소장이 제출되고 이에 대응해 피고의 답변서가 제출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변론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2002년 7월 개정 이전의 민사소송법에서는 필요한 경우 합의부 사건에 한해 임의적인 준비절차 제도를 둬 변론의 준비를 할 수 있었으나 대개는 곧바로 변론기일을 열어 원·피고의 진술 및 증거의 제출이나 신청을 받는 등의 절차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개정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앞서 쟁점정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재판장의 직권으로 합의사건이든 단독사건이든 불문하고 피고의 답변서 제출 후에 바로 예외적인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변론준비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변론준비절차에는 두 가지, 즉 원·피고쌍방 간 ‘서면교환방식에 의한 변론준비절차’를 원칙으로 선행하고 이것이 부족하면 재판장의 판단에 의해 ‘변론준비기일’이라 해 서면교환방식에 의한 변론준비절차에서 정리되지 않은 쟁점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두고 있다.
먼저 ‘서면교환방식에 의한 변론준비절차’에 대해 보자. 이 제도는 원·피고가 별도로 시간을 내어 몇 번이고 법정에 나가 서면을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법정에 나가지 않고 서면의 교환만으로 다투는 것을 말한다.
즉 원고 또는 피고가 자신의 주장 내지 증거 등을 적은 서면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이것을 법원은 다시 상대방에게 보내고 이를 받아 본 상대방 또한 동일하게 자신의 주장 내지 증거 등을 적어 이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은 다시 이것을 상대방에게 보내고 하는 일련의 절차를 서면교환 방식에 의한 준비절차라고 한다. 여기서 서면이라 함은 원고의 소장과 이에 대응한 피고의 답변서를 제외한 그 이후 원·피고가 자신의 주장 내지 증거 등을 법원에 적어내는 서류를 말하는 데, 이를 ‘준비서면’이라고 한다.
준비서면에 기재할 사항에 대해는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274조) 원고 또는 피고가 변론에 앞서 미리 상대방에게 변론의 내용을 예고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으로 소장 또는 답변서에서 주장내지 항변한 것을 보충하거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면 이를 추가로 적어내기도 하고, 이미 법원에 소장이나 답변서에 첨부해 제출한 증거를 보충하거나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 등을 적어내는 서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소송이 제기된 후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수시 제출되는 서면으로 실무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준비서면은 변론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 변론을 대신하는(갈음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소송자료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이 소송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그 기재한 내용을 말로 진술해야 한다. 원래 당사자의 주장이나 증거의 제출 등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구술로 하는 구두변론이 원칙이다.
그런데 소송의 실제에서는 당사자가 진술할 사항을 빠짐없이 구술로 한다고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소송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감안해 둔 제도가 바로 준비서면제도이다.
마지막으로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가. 상대방이 불출석한 경우에 출석한 당사자는 이미 자신이 제출한 준비서면에 적은 사실만을 변론에서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불출석한 경우에는 위와 같이 예고 없는 사실주장이 금지되므로 상대방이 자백한 것으로 간주하는 의제자백의 효과를 누릴 수없게 된다. 반면, 당사자가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에 의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일통지서를 송달 받고도 불출석했다면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는 불이익이 있다.

곽순만 (금강(주) 법무실장·한국중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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