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밭이 많아 배나무 이(梨)자를, 거기에 역원(驛院, 여행자를 위한 숙소)이 있던 곳이라 ‘이태원’이라는 지명이 생겨난다.
흰 배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조선시대 때, 이태원의 봄은 화사했을 것이다. 온 사위가 꽃 향에 휘감겨 숨이 막힐 정도로 운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형형 색색의 다양한 계층의 인종들이 뒤섞인 거리.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인파를 따라 골목 길을 누빈다. 이곳이 한국이여! 외국이여!

해밀턴 호텔 주변 먹자 골목 탐험해보기
이태원에 외국인이 머문 역사가 길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미처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들이 머물렀다. 일제 강점기 때도 일본인 전용 거주지였다. 그러다 미8군 기지가 주둔하면서 위락지대로 번창하게 된다. 지난 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고 이후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적 각광을 받는다. 이태원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해밀턴 호텔 주변. 거리에는 외국인들 일색. 마치 돈 안들이고 외국여행 온 듯하다. 밤이 깊어 지면 식당가는 더 활황을 누린다.
대부분 상가들은 오후 9시경이면 셔터를 내리기 때문. 음식점마다 개성도 넘쳐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중국, 인도, 중동, 이탈리아, 프랑스는 기본. 그리스, 벨기에 불가리아,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식당들.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점심 때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호텔 건너편(우측)은 쇼핑센터다. 숍의 80%는 해외 콘셉트. 큰 옷, 큰 신발을 파는 상점, 파티복을 파는 숍 등도 이태원만의 특색. 이태원 재래시장도 재미있다. 싸구려 물건부터 모피 같은 사치품까지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있다. 매주 2, 4주 화요일은 휴무. 오전 9시 30분에 오픈,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이태원 지역의 2000여개 상점 주인이 주축이 되어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02-797-7319)’를 만들었고 10월이면 축제(02-710-3320~4, 용산구청 문화체육과)가 열린다.
■골목즐기기 포인트
○ 젤렌(Zelen, 02-749-0600, 불가리아 레스토랑), 미뇽(mignon, 02-793-3070, 벨기에식 홍합탕), 산토리니(Santorini, 02-790-3474, 그리스음식), 로코로카(Loco Loca, 02-796-1606, 라틴바), 라 플란차(La Plancha, 02-790-0063, 스페인식 그릴 전문점), 부다스 벨리(Buddha’s Belly, 02-796-9330, 태국 음식), 모굴(Mogul 02-796-5501, 인도, 파키스탄 요리), ‘게코스 가든(Gecko’s Garden, 02-790-0540, 야외 정원이 있는 바비큐 바)등이 있다. 탤런트 홍석천의 마이 타이, 마이 차이나, 마이 첼시 등을 비롯하여 5개정도의 식당이 성황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으로는 ‘르 생떽스(Le Saint Ex, 02-795-2465), 서래마을에서 인기 있던 유럽 음식점 ‘에뀌메(Ecume, 02-3477-7378), 쿠치나 아카(02-790-5486, 이탈리아) 등이 있다. 선술집 앨리팝(Alley Pob, 02-749-3336), 스포츠바가 특색인 샘 라이언(Sam Ryan’s, 02-749-7933)이 있다. 스모키 살롱(Smokey Saloon, 02-795-9019 수제 햄버거)과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지만 브런치 잘하는 집으로는 수지스(Suji’s, 02-797-3698)를 꼽는다.

앤티크(고가구) 거리와 아프리카인이 뒤섞인 이화시장 속살 들여다보기
해밀턴 호텔을 기점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곧추 직진해 보광동쪽으로 가면 앤티크 거리다. 40여년 전, 주한 미군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가구를 처분하면서 생긴 상점들. 100여개 넘는 앤티크 가구점들이 이어진다. 워낙 고가여서 부유층이 주 고객. 혹은 색다른 걸 좋아하는 20~30대 젊은이, 혹은 색다른 감각을 얻기 위한 디자이너들이 숍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이화시장을 찾아보자. 난전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왁자한 시장이라는 느낌은 없다. 간판조차 없는 외국인 전용 바, 환전소, 한국식당, 이란 식당 등이 뒤섞인 골목. 해밀턴 뒷골목에 비해 느낌은 회색빛이다. 아프리카인들이 많은 골목이라서 흙빛이 강해진 것일까? 후미진 골목 즐기는 재미가 좋다.
■골목즐기기 포인트
○ 레게머리 전문 미용실 에보니(Ebonny)와 한군데가 더 있다. 아프리카 레스토랑(Chajeanks Delight Restaurant), 케밥 전문점 술탄(Sultan), 물담배를 필 수 있는 이란식당 등 많다.

이태원에만 있는 독특한 표정, 게이 힐과 이슬람 골목과 무슬림 성원
이화시장을 벗어나 소방서 쪽으로 가면 대로변이다. 특히 눈에 띄는 간판이 트랜스(Trance)와 게이 바다. 그래서 게이 힐(Gay Hill)이라 한다. 주말 심야면 게이와 트렌스로 가득해 지는 골목. 이태원의 색다른 느낌을 만끽할 수 골목여행이다. 게이 힐을 지나면 이슬람 거리가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있다. 성원에 이르는 골목에는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식당, 마트, 빵집, 이슬람 북 카페, 이슬람권 전문 여행사 등이 즐비하다. 거리에서는 터본을 쓰고 수염을 기른 무슬림들이 많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과 중앙아시아, 중동에서 온 사람들일 게다. 언덕 끝자락 즈음에 이르면 이슬람 사원이다. 이태원에서 가장 높은 곳. 주택 지붕들을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위치다.
30여년(76년도 건립)을 훌쩍 넘겼지만 낡지 않은, 돔과 아라베스크를 절충한 이슬람식 건물. 당시 한국에서 토지 주고 전 세계 이슬람교 국가들이 건축 및 운영 경비를 지원해 만든 성원이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5번 예배를 본다. 금요일 오후 1시에 열리는 합동예배는 이슬람교도에게는 필수적이다.
■골목즐기기 포인트
○ 터키, 중동지구의 달디 단 빵을 사 먹어 보거나 책방, 슈퍼 등을 기웃거리면서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나 체험해보면 좋을 듯하다. 무슬림 상점에는 항상 할랄(HALAL) 마크가 있다.

국내 역사 알려주는 유일 미술관, 한적하고 럭셔리한 경리단 길 산책하기
이태원은 갈수록 동서로 확장되고 있다. 제일기획 너머로 이어진 이태원로 동쪽은 고급 상권화가 두드러진다. 리움 미술관(02-2014-6900, www. leeum.org), 하야트 호텔 주변, 그리고 경리단까지, 고급스러운 곳들이 많다.
리움 미술관은 이태원에서 한국을 가장 많이 알려준다. 우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만든 건물이 돋보인다. 큰 거미 작품이 전시된 야외공간도 볼만하다. 내부는 크게 두 개 관으로 나뉘어지고 아이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가 있다. 평일에는 내국인에게 해설(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해주고 영어 해설(토요일 오후 3시)도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이며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1만원이다.
리움미술관에서 언덕받이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이태원 외인주택 단지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행인 드물어 고즈넉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최상. 언덕 정상쯤에 오르면 수입서적 서점을 만나고 하야트 호텔 방면으로 레스토랑 몇 곳이 반긴다. 고급스러우나 가격이 비싼 편. 이럴 때는 하야트 호텔을 기점으로 경리단 길로 나서면 된다. 이미 익숙한 이태원의 색깔하고는 한 격조 높다. 한적하며 가격 저렴하고 맛 좋고 서비스도 최상인 곳. 이태원을 제법 아는 사람들은 이곳을 선호하리.
■골목즐기기 포인트
○ 하야트 호텔 주변에서는 라쿠치나(02-794-6005 www.la-cucina.co.kr ), 블라썸(blossom 02-790-1179, 꽃카페), 에드로쿰(02-790-1831, 뉴욕식 브런치), 비손(02-790-0479, 프랑스식 요리), 작은 프랑스(02-790-3040 www.petitefrance.co.kr), 차이나타운(02-798-4656 www.ichinatown.net)등이 있다. 경리단 길에는 MAO(02-793-8845, 베이징덕), 비스테카(02-792-7746 스테이크전문 이탈리안 레스토랑), 젤(JELL 02-797-6846 와이너리가 있는 와인 전문점), 가야랑(02-797-4000, 궁중한정식 ), 요리사 손지영의 핫토리키친(02-792-1975, 일식 선술집), 카파번스(02-795-7566, 핫도그), 미 마드레(02-790-7875, 스페인 요리) 등을 꼽는다.

세계는 하나!,이태원에서 만난 외국인들 이야기
이태원에서는 세계 각국 사람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 필자는 이태원에서 남미, 미국인, 영국인, 그리스인, 터키인, 독일인, 파키스탄인, 태국, 필리핀인 등을 만났다.
리움미술관에서 만난 독일인 학생 vincent sprenger(27세)은 건축학도다. 그는 리움미술관을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어렵지만(독일어 설명은 없다) 미술관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칭찬했다. 일본 여행 후, 배타고 부산 거쳐 서울로 왔다는 그.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했다. 리움미술관 관람 후에 만난 미국인 Luke Eaton(22세). 그는 분당에 있는 학원선생이다. 미술관 관람이 매우 좋았으며 특히 문인화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국 음식 중에서 숯불 바비큐를 가장 좋아하고 휴가 때는 꼭 제주도에 놀러가고 싶다고 했다.
케밥을 만들던 터키인 Ozcan Nepes(35세)는 10년이나 한국에 머물렀다. 서울타워가 좋았단다. 거리에서 만난 필리핀 여행객 Mohd Salleh, Momosuk외 두 명. 한국여행, 이태원 여행을 몹시 즐거워했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 지하철 6호선 이용(역사를 나오면 관광안내소가 있다. 02-3785-0954, 2514)/경리단 방면은 녹사평역, 리움미술관 방면은 한강진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주차는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저렴하다.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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