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입점료가 높다는 사실을 고객들은 알고 있을까? 고객이 상품을 사면 지불한 가격의 일정비율을 백화점에 입점한 기업들은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입점수수료가 브랜드파워에 따라 조금씩 틀리기는 하나 패션잡화, 골프의류, 숙녀복은 대충 35~40%정도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상품가격이 100원이면 35원에서 40원 정도를 백화점이 입점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백화점 건물 사용비용과 광고 홍보비,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입점수수료가 입점한 중소기업들에게 너무 높다는 것이다.
독자들 중에는 “비싸면 시장논리에 맞게 입점 안하면 될 것 아니냐”라며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백화점의 경우, 유통의 ‘빅3’ 라는 롯데, 신세계, 현대가 전체 백화점 매출의 82%를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마트는 3대 대형유통그룹이 86%, 홈쇼핑은 75%를 점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유통시장은 백화점에서 대형마트,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소수의 대형유통그룹에 의해 계층별로 독과점화 돼있다.
입점중소기업의 협상력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원리에 의해 발휘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백화점은 자신의 경영부담이 되는 비용을 입점수수료 인상을 통해 입점기업들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커지게 됐다. 또 할인특판 강요, 백화점 판촉 및 광고비 부담은 물론이고 백화점 내 점포위치 변경과 그에 따른 인테리어비용 전가, 타백화점 입점 금지 등 불공정한 거래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大·中企 유통 양극화 심화

결국 입점중소기업의 과도한 비용부담과 그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는 기술투자 등 경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제품의 시장경쟁력 상실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 백화점 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에도 연평균 11.5%(작년 12.5%) 성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기존점포 기준으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빅3 계열 백화점을 합산한 순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15%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의류잡화부문의 입점 중소기업(KRX 상장기업)의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률은 2000년도에는 △0.57%로 전년 대비 약 3%p 하락했고, 2008년에는 △10.21%로 전년 대비 무려 약13%p 감소했다. 결국 대형유통그룹들의 지속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입점중소기업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수치는 중소기업의 백화점 입점이 수익구조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기보다는 최소한의 경영유지와 마케팅 촉진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입점료 내려 中企성장 도와야

그렇다면 백화점이 입점중소기업들을 위해 수수료를 좀 더 내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행복한 세상 백화점’의 경우, 평균 16.8%의 저마진 수수료 체계(기존 백화점과 14.9%의 수수료 격차)하에서 중소기업제품 취급비중이 95%임에도 불구하고 2010년 약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따라서 우리 백화점들이 수수료를 4~5% 내려도 지속성장가도에는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다. 백화점에서 주장하는 고객의 편의성은 무엇이고, 진정한 시장원리란 무엇일까? 고객은 아마도 자신이 가격대비 좋은 품질과 기능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파는 스마트한 백화점을 원할 것이다.
그러려면 입점중소기업들이 혁신성과 다양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보장돼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기반은 백화점과 중소기업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입점수수료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협상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현행 독과점 유통구조 하에서 시장논리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입점기업인 협력중소기업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이 혁신적인 기술투자로 환원돼 더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백화점에 입점할 때 진정한 동반성장이 시작될 수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행하는 자선과 사회공헌 그리고 협력기업과의 동반성장은 이제 글로벌 경영트렌드다. 백화점과 입점기업간의 입점료에 대한 적절한 협상과 타협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니 하는 이념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좋은 표본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진정한 동반성장의 대상인 것이다.

김익성
中企硏 판로유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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