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자식말고 총수가 변해야”

“한때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야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젠 대기업 총수가 변해야 할 차례다. 기존 갑을관계의 타성에 젖은 대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동반성장 노력은 위선에 그칠 뿐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8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 중소기업리더스포럼’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대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한 행사를 열고 많은 약속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행사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동반성장 문화를 심고 가꾸려는 모습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다 진정한 동반성장 문화를 위해서는 대기업 총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위원장은 기조강연의 주제를 ‘동반성장의 길과 대·중소기업의 역할’로 정하고, 동반성장의 중요성, 가치, 성과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동반성장의 개념이 최근에 강조된 개념이 아닌 한국의 오랜 전통과도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산다는 의미로 시작된 두레, 품앗이 등을 예로 소개하며, 이 같은 공동체적 가치가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온 만큼 비슷한 개념의 동반성장이 한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동반성장의 가치가 세계적인 추세임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세계적 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 교수의 말도 인용해 “기업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배치되는 시대는 지났으며, 기술혁신과 동반성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워렌버핏은 ‘나를 부자로 만든 것은 사회다.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부자의 책무’라고 말한 것은 부자이니까 단순히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의 창출을 가능케 한 사회적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제도의 혜택을 많이 본 부자들이 그 제도의 유지에 일정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동반성장 현주소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많은 기대를 받고 출발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변화가 미미하고 다수 국민이 바라는 이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이는 대기업이 미온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강박관념은 있지만 대·중소기업 간 고질적인 갑을 관계를 타파할 도전과 실험에 나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실적만으로 직원을 평가하며 내부 직원 간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회사, 직원들의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회사,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을 포기하는 회사가 어떻게 동반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총수 자신이며 답은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몸집 부풀리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 위원장은 “상위 10대 기업 계열사 숫자가 2008년 405개에서 지난해 617개로 늘고, 4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이 603조로 우리나라 전체 GDP의 51%를 차지하는 등 대기업은 갈수록 살찌고 중소기업은 계속 병들고 있다”며 “이 같은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체계에 대한 믿음을 되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경제관료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인식과 시스템의 연장선상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모든 일을 자신들의 통제에 따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한 것이 사실”이라며 “동반위가 사회적 변화를 선도할 철학과 정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담당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인들에게는 “R&D와 수출시장 개척이 중요하다”며 “해외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연구개발이 위에서 밑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향해야 하고, 단기적 안목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특히 기초 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위원장은 기조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권이 끝난 후 동반성장위원회의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위원회로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하지만 법적 근거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중소기업계의 건의를 정부에 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동반위의 이름은 바뀔 수 있지만 세계적 흐름이고, 시대정신인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8일부터 4일간 제주 롯데호텔에서 중소기업 CEO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2011 중소기업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8일 열린 개막식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동반성장의 길과 대·중소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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