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 다양…업무 스트레스 노래로 날려

지난 2일 12시 30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근로청소년복지관 가산문화센터. 입구에서부터 우렁찬 노랫소리가 퍼져 나왔다. 노랫소리를 따라 지하 소극장으로 내려가자 중장년의 남성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부터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노래를 부르는 자세도 사뭇 진지하다. 지휘자의 지시아래 노래 발성 하나, 발음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부르고 또 부른다.
CEO 합창단 G하모니의 연습현장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29명의 CEO가 합창단 멤버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가 주최하고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와 서울특별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서 주관해 운영하고 있는 이 합창단은 지난해 12월 창단했다. 창단한지 6개월여가 다 됐지만 휴일을 제외하고 연습이 없는 날은 한번도 없었다.
일주일 중 가장 바쁘다는 목요일,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디지털단지의 CEO들이지만 출석률도 좋다. 항상 20명 이상의 대표가 모여 연습을 하고, 제대로 된 밥도 못 먹는다. 간단한 과자와 머핀 등이 CEO의 목요일 점심식사다. 하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합창단은 연습을 계속했다.
G하모니는 시작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경영자협의회에 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다. 30명을 모집했던 합창단 공고는 단 하루 만에 마감이 됐다.
씨엔큐소프트의 박상균 대표이사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는 “공고문을 보니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은 철야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지만 연습은 거르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합창단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비단 자신의 만족뿐만이 아니다. 합창단을 통해 얻은 활력소가 회사 경영으로도 이어지고, 직원과의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처음에 직원들 몰래 합창단 연습을 갔는데, 매주 같은 시간에 외출을 하니까 어디에 가냐고 묻더라고요. 합창단 연습이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직원들이 오히려 좋아해 놀랐어요. 직원들이 공연이 있는 날이면 응원도 해주고, 농담도 건네며 저를 한층 가깝게 대하더군요. 그동안 저를 조금 차갑고 무섭게 보던 직원들의 시선이 바뀌었죠. 합창단이 저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합창단원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G하모니는 벌써 이곳의 인기 그룹이 되었다. 소문을 타고 이 합창단에 가입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고, 다른 문화 동아리들도 생겨났다.
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장베드로(Jb아츠앤컴퍼니) 대표는 “많은 단체의 지휘경험이 있지만 CEO 합창단이 이정도로 진지하게 임할 줄은 몰랐다.
특히 리더들이라서 그런지 집중력이 대단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 합창단이지만 그들의 열정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하모니는 벌써 세번의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지난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열린 ‘9988문화나눔페스티벌’에서는 훌륭한 무대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는 7월 디지털단지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거리 공연을 갖고, 연말에는 가족, 회사 직원들을 초대해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 지난 2일 서울 금천구 가산문화센터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소재 중소기업 대표로 구성된 CEO합창단 G하모니 단원들이 지휘자에 맞춰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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