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중요성과 숙면의 이유

1. 수면, 왜 중요한가?
수면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고, 낮의 활동으로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감정을 순화하며 기억을 강화시키는 등 몸과 정신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능동적인 작용을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 음식이나 물을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면은 자기보존을 위한 기본적인 육체적 욕구이다.
사람의 수면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약 75~80%를 차지하는 비렘수면 (non-REM sleep)과 약 20~25%의 렘수면 (REM sleep)으로 분류하며, 이중 렘 (rapid eye movement)은 빠른 눈동자 움직임을 말한다. 비렘수면 (얕은 잠인 제 1, 2 수면과 깊은 잠인 3, 4단계 수면으로 구성됨)은 낮 동안 활발하게 활동한 심혈관계 장기와 근육이 안정을 취하면서 육체적 피로를 푸는 잠이다. 비렘수면 중 3, 4 단계의 깊은 잠은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잠으로 생명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 실험을 보면 쥐를 1주일 동안 잠을 못자게 하면 죽는다.
수면 부족 외에도 수면의 질을 나쁘게 하는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각성의 횟수를 증가시키며, 깊은 잠에 못 들게 하고,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심장 부정맥과 고혈압 등을 초래한다. 또한 수면 중 충분히 이완되어야 할 근육의 긴장도를 증가시켜, 오히려 잠을 자고 난 후 신체의 피로가 더 쌓이게 한다.
적절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개 성인의 경우 7시간 30분,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9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수면장애로 인해 잠에 들기 어렵거나 잠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밤에 7~8시간을 자고도 낮에 피곤하고 졸리면 수면장애클리닉을 방문해 수면전문의의 세심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수면장애 클리닉이란 수면의학에 대한 수련을 받고, 수면장애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연구하는 의사가 환자를 보는 곳이다. 즉, 수면시간이 길어도 잠의 질이 나쁘면 피로회복이 되지 않는다.

2. 잠을 잘 자야 되는 이유?
현대인이 겪는 수면의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사회가 복잡해 지고 할 일이 많아져서 생기는 만성적인 수면부족이다. 통계 결과를 보면 1950년대에는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약 8시간 30분이었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는 평균수면이 6시간 30분으로 약 2시간이 줄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평균 성인들은 수면부족에 빠져있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낮에 졸리고 피곤하며, 업무 수행능력, 집중력, 반응 속도가 떨어진다.
또한 수면부족은 기억장애, 각종 사고 및 신체 손상을 유발하고, 행동의 문제(behavior problems)를 초래할 수 있다. 24시간 동안 잠을 안자거나 하루 4~5시간씩 1주일을 자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비슷한 심각한 심신의 장애를 보인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학습 장애와 능률 저하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성격 변화, 기분(mood) 및 감정(emotion)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두번째는 수면의 질이 나쁜 경우이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수면 중에 숨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들은 수면의 질이 나빠져서 깊은 잠이 없어진다. 이럴 경우 낮에 매우 졸리고, 피곤하며, 집중이 안되고 정신기능이 저하된다. 사람이 졸리고 둔해 보인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은 교통사고와 안전사고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수면무호흡증을 오래 동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치료 받기를 권장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수면장애가 잠의 질을 나쁘게 한다.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자주 졸리면 밤잠의 질을 평가해보아야 한다. 밤잠의 질이 괜찮고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졸린 병도 있는데 이를 수면과다증(hypersomnia)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수면과다증인 기면증(narcolepsy)은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병으로 근무 중, 회의 중, 운전 중에 갑자기 졸음에 빠진다. 또한 기면증 환자들은 크게 웃거나 화를 낼 때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탈력발작(cataplexy)이 동반되기도 한다.
세번째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불면증이다. 대부분의 불면증은 수면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행동에 기인한다. 직장이나 집에서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면증을 겪게 되는데 이 때 불면증을 이겨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불면증에 더 빠져들게 된다. 불면증을 가장 쉽게 극복하는 방법은 불면증에 대해 잊어버리는 것이다. 잠자리에서 20분 이상 지나도 잠들지 못하면 거실로 나와서 어두운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졸리면 다시 침실에 들어간다.
밤에 잠들기 어렵고, 아침 일찍 깨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말에는 새벽 2~3시에 잠들고 아침 10~11시에 깬다. 이런 사람들은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일주기리듬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면위상지연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인데 밤에 늦게 자버릇해 잠자는 시간대(sleep phase)가 뒤로 밀린 경우이다.
이럴 경우에는 아침에 밝은 빛을 쏘이는 광치료(light therapy)를 이용해 수면시간대를 정상적으로 앞당겨 줘야 한다. 적절한 수면시간과 양질의 잠은 신체 및 정신의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하며 좋은 성격의 형성, 성적 향상 및 일의 능률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홍승봉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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