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형 브라인드 등에 사용되는 원주형 모터를 생산하는 ㈜솜피. 전 직원이 29명인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이 회사가 최근 결성한 밴드로 시끌벅적하다.
직장인 밴드 ‘솜피밴드’를 만들어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정기 연습을 갖는데, 지난 15일이 6번째 연습이었다. 이들이 연습하는 장소는 회사에서 차로 15분정도 되는 연습실. 월요일 연습에는 전문 강사가 이곳으로 찾아와 악기 다루는 법, 노래선정 등에 대해 알려준다. 중·고등학생 때 취미로 연주한 멤버도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한번도 악기를 연주한 적 없는 이른바 ‘생초보’다. 하지만 악기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차명이 부장은 “연습실에서 직원들을 보면 늘 보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직원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함께 연습을 하다보니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대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회사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악기 구입비의 50%를 지원하고, 개인적으로 음악 수업을 받을 경우 학원수강료를 100%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회사 지원에 힘입어 회사는 오는 창립기념일 공연을 목표로 더욱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 부장은 “아직 어디에 자랑할 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우리의 고객과 가족들을 초청하는 자리니 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며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도 반납해 연습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이 직장인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원하는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이하 즐터)’사업이 계기가 됐다. 중소기업 직원의 창의력 개발과 문화예술 동호회를 지원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으로 회사는 연습실을 대여하고, 강사를 고용할 수 있었다. 총 소요되는 예산의 50%를 국고에서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 4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연습실 대여 등 큰 비용이 드는 지출에 대한 회사 부담이 적다. 지원항목은 공간 임대비, 강사비, 관람비 등이다.
솜피처럼 즐터 사업으로 새롭게 문화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회사는 12개 업체다. 많은 기업들이 밴드나 기타 연습 같은 음악 동호회를 새롭게 만들었고, 미술이나 사진 같은 예술 동호회를 만든 기업도 생겼다. 각 기업 특성에 맞는 문화 동호회를 만들게 된 것이다.
즐터사업이 단순히 지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동호회를 기업현장 수요에 맞게 맞춤형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즐터사업을 신청하면 중소기업중앙회 전문위원과 문화예술코디네이터가 공동으로 현장에 찾아와 모니터링해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효과를 점검하고, 사업지원 방향을 잡아준다. 직장인 밴드 뿐만 아니라 국악, 가야금, 난타, 영상제작 등 일반 경영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분야까지 제안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다양한 장르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각 기업의 문화프로그램 선정은 근로자가 직접 한다. 직원 설문조사를 하거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정한다. 때문에 참가 기업의 만족도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오는 11월에 종료되는 즐터사업은 40개 업체를 후원할 예정이다. 소비, 향락업체를 제외한 상시근로자수 5인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근로자가 부족하면 다른 기업과 연합으로도 신청가능하다.
사업이 끝난 후에는 우수 문화예술교육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경영 우수 성공사례집’에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최고 점수인 4개 기업을 선정해 포상도 한다. 동호회의 성실성과 참신성, 참여도 등이 평가 대상이다. 신청은 중소기업중앙회 홈페이지 등에서 지원양식을 참조해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의 한 연습실에서 (주)솜피 직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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