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SW개발 기업 ㈜너울정보에 오카리나 연주자 박봉규씨가 찾아왔다. 그는 여러 가지 모양의 오카리나를 가방에서 꺼낸 후 아름다운 연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오카리나로 연주하니 새로운 느낌의 음악으로 표현됐다. 이를 지켜보던 직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너울정보는 이 공연을 계기로 ‘즐거운 예술, 신나는 일터’에 참여해 전 직원이 오카리나를 배우기로 했다. 다른 기업이나 동호회 등에서는 잘 선택하지 않는 독특한 아이템이라는 것이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정숙 대리는 “통기타 같은 대중적인 악기를 같이 배워보자는 사람도 있었지만 공연을 보니 오카리나가 매력이 많은 악기라는 것을 느꼈어요. 작지만 개성 있는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가 우리 회사의 느낌을 잘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았죠”라고 말했다.
오카리나는 진흙이나 사기 또는 쇠붙이로 만든 관악기 중의 하나다. 비둘기 모양의 몸통 양쪽에 다섯 개씩 모두 열 개의 구멍이 있어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입으로 물고 불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았다 열었다 하여 소리를 낸다. 소리가 부드럽고 이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기업의 문화경영 아이템으로는 다른 악기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료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5만 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다. 문양이나 색상도 다양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 덕분에 이 회사의 김정엽 대표는 큰 부담 없이 전 직원에게 오카리나를 선물했다.
오카리나를 선물 받은 직원들은 지난 6월부터 일주일에 2번씩 오카리나 수업을 듣고 있다. 오카리니스트가 직접 회사로 찾아와 연주 방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홍 대리는 “오카리나가 단순할 줄 알았는데 수업을 받다보니 새로운 점도 많이 알게되서 재미있어요. 음악 파트별로 오카리나 크기가 다르고, 악기 성분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가 다르죠. 가족들에게도 들려주니 너무 신기해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가방에 쉽게 들어가는 오카리나를 회사와 집, 친구를 만날 때 등에도 쉽게 가지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연주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홍 대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라 그런지 직원간의 대화가 적었는데 작은 악기를 통해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더욱 열심히 연습해 음악회도 열 수 있는 실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경영 아이템으로 부담 없는 악기를 고려하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은 또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원들은 다음달부터 하모니카를 배우기로 했다. 협회에 속한 여성 CEO와 각 회사의 직원 2~3명이 모여 이 동호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 회사에서 동호회를 만드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문화경영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이 뜻을 모았다. 벌써 30여명의 신청자가 모일 정도로 회원들의 관심도 높다.
협회 최금주(화이버텍 사장) 서울지회장은 “많은 악기가 있었지만 다양한 회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를 선정했죠. 클래식 기타 같은 것도 있지만 여자들이 하기에는 작으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가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최 지회장은 최근 하모니카 동호회 강의를 맡을 우미경 한국 하모니카교육협회 회장을 미리 만나 강의 일정을 조율했다. 하모니카에 대한 새로운 장점을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최 지회장은 “경영자와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악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악기를 배우러 갈 때 무겁다면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휴대도 쉽고, 배우기도 쉽다고 하더라고요. 연령차이가 있는 동호회에서 하모니카는 같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악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경제인합회의 하모니카 동호회는 목표도 세웠다. 일주일에 한번씩 다 같이 모여 연습한 후 12월에 열리는 송년 모임에서 하모니카 공연을 할 계획이다.

- (주)너울정보 직원들이 지난 6일 회사 내 휴식공간에서 오카리나 연습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