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노인복지사회전문기관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중소기업 경영후계자 30여명이 찾았다. 모자와 핀으로 흘러내리는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허리에는 빨간 앞치마도 둘렀다. 이곳을 찾는 노인들에게 점심 배식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는 예비 사장님으로 전문가 ‘포스’를 풍기는 이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열정적이지만 서툰 일꾼의 모습으로 변했다. 큰 식당을 이리저리 오가며 청소를 하고, 식판을 나르느라 땀도 흠뻑 흘렸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해 2008년 구성된 경영후계자 네트워크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회장 강상훈)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 특히 봉사단체의 발길이 뜸해진다는 여름 휴가철을 봉사 기간으로 잡았다. 소외받는 이웃에 대한 후원으로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2200여명에게 따뜻한 점심을 대접했다. 쌀밥, 배춧국, 장조림 같은 소박한 식단이었지만 웃는 얼굴로 배식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식사를 받는 노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회원들은 배식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부금과 음향기기, 전자제품 등 8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 기부한 물건 중 문구, 생활용품 등은 각 기업에서 직접 생산한 것으로 기부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의 봉사활동은 배식 이후 이어진 문화공연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퓨전국악 그룹 ‘아나야’가 복지센터 3층에 마련된 작은 강당에서 신명나는 국악 공연을 펼친 것이다. 몽금포타령 같은 익숙한 음악에 소리꾼들의 흥겨운 소리가 이어지자 노인들의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추임새와 어깨춤으로 공연단의 흥을 돋우는 사람도 있었다. 한 시간여의 공연으로 복지센터가 금세 작은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노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노인은 “오랜만에 국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직접 공연해주니 우울했던 기분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며 “배식을 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인데 좋은 공연까지 선물해줘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한 그룹 ‘아나야’는 행사에 대한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부여행’의 일환으로 재능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현금이나 현물로 기부하고자 하는 중소기업과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예술단체를 매칭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와 함께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중소기업과 문화단체의 매칭은 장기적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기부행사를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기부운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다. 예술단체가 재능기부에 참여하면 공연을 위한 장치비와 교통비, 식비 등의 실비만 지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처럼 문화를 통한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현물 등의 봉사활동을 신청하면 그에 어울리는 문화공연단체와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미 많은 공연 단체들이 이처럼 ‘찾아가는 공연’등을 신청해 중소기업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악기연주, 발레, 연극, 뮤지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뮤직앤아트컴퍼니의 하모니카 공연, 세종문화회관의 세종꿈나무 하모니, 한국춤예술센터의 전통춤공연, 샘컴퍼니의 뮤지컬, 서울발레시어터의 발레, 아트브릿지의 연극 등이다.
이들의 공연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기업은 오는 5일까지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지원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원들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한 기술·경영노하우 전수 및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웃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며 “문화 공연 등과 연계한 활동 등도 다양하게 고려해 보다 풍성한 활동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열린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와 아나야가 함께하는 기부여행’에서 그룹 아나야가 퓨전 국악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 등이 노인들에게 배식을 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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