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리스크 부각 … 단기파장 불가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패닉에 가까운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경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얼마나 충격이 올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더블딥 우려가 증폭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적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도 점쳐진다. 그러나 단기적인 금융 불확실성이 제거 될 경우 요동쳤던 국제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신용등급 왜 떨어졌나=S&P는 지난 4월 18일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대두되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재정적자 감축액이 최소 4조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했다.
미 정부와 의회는 부채 누적에 따른 디폴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채상한 증액 마감을 앞두고 7월31일 증세 없는 재정지출 감축안에 합의, 향후 10년간 2단계로 나눠 총 2조4천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는 미 재무부에 신용등급 강등계획을 예정대로 통보했다.
S&P가 신용등급을 내린 결정적인 원인은 부채한도 증액과정에서 나타난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와 재정적자 감축 합의안에 대한 불충분성 때문.
디폴트 위기라는 초유의 상황임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대결구도가 부각되면서 합의안 도출이 지지부진해 향후 구체적인 재정 감축 방안 등에 있어서도 양당간의 대결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합의된 부채 감축규모도 S&P의 권고안인 4조 달러에 미치지 못할 뿐만아니라 재정감축 계획에 따르면 정부 부채 비율이 현재 74% 수준에서 2021년 85%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S&P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S&P는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에 이르는 관찰 기간 내에 미국의 재정 상태가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낮추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美경제 미치는 파급효과는=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미국 주요 증시가 폭락하고 국채가격이 급등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비용 증가와 증세 없는 재정지출 감축안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국채 금리가 25bp~100bp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연간 1천억달러의 추가 이자부담이 발생될 전망이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재정긴축 우려가 맞물리면서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늘어나 2/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인 1.8%를 밑도는 1.3%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경기침체가 가시화 될 경우 또 다시 신용등급 하락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경기 회복의 악화를 우려 3차 양적완화 실행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영향은 없나=우선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미 국채 보유국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국채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들의 동반부실이 현실화 될 경우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높다.
또 미국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미국 내 소비가 줄면 우리 수출 주력품목의 대미 수출이 감소 될 전망이다.
여기에 환율급락과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일본 제품 또한 엔화 강세 현상을 보임에 따라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지 않는 점은 불행중 다행이다.
최근 일본 재무성은 엔고 저지를 위해 4.5조엔을 풀어 달러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로 엔화는 사상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엔화 강세의 원인으로는 달러화 및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 상승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시장 영향은=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데 이어 문제가 해소되기 까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번 시장불안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더 큰 타격을 줘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의 연장선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면서 2008년 위기는 단기간에 금융부문의 급격한 불안이 나타났지만 이번 상황은 실물경제의 불안과 연계된 남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정책대응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긴 시간에 걸쳐 실물부문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 상황을 장기전을 각오해야 할 전쟁 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 이른바 더블딥에 빠져들고 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에 타격을 받아 경제성장은 잘 안되는데 환율 상승 등으로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점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선진국 수출 비중은 조선(85.2%), IT(65%) 등이 높으며 건설(48.3%), 자동차(37.9%), 기계(32.7%), 화학(30.9%) 등의 순이며 선진국 시장 의존도는 조선(26.5%), IT(22.2%), 자동차(16%), 기계(10.2%) 등으로 나타났다.
2009년 사례를 참고할 경우 기계, 자동차, 철강, 화학 산업의 수출경기 침체가 심했던 것으로 분석돼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미국시장 침체는 자동차, IT산업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은 불씨는 무엇인가=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4대 불안요인으로 ▲신흥국에서의 투자자금 이탈 ▲유럽 재정위기 재점화 ▲자국보호주의와 환율전쟁 심화 ▲달러화 약세 및 기축통화 다극화 등을 꼽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신흥국의 자금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위험지수가 지난 7월에 비해 8월 중순 현재 2배 이상 급등한 반면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 일본 엔화, 미국 단기 국채가격은 급등한 반면 세계 경기회복 불확실성으로 국제 원유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두번째 불씨는 유럽 발 재정위기 가능성이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가 증폭될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난 7월21일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합의로 하락하던 PIGS 국가들의 신용위험도가 미국 부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재상승하고 있다.
특히, 유럽 채권시장의 자금사정 악화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채권수요 감소로 연결돼 신규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전월대비 0.76 포인트 급등했다.
이같은 유로존의 금융 경제상황 악화는 유럽전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고 이는 미국 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부진과 자국 보호주의는 위기 해결을 위한 합의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고 무역보호주의와 환율전쟁이 재 점화될 수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후 G7, G20, 유로존 내 국가들의 공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부진과 자국 보호주의로 인해 위기 해결을 위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경제회복을 위해 취해졌던 무역보호주의와 환율전쟁이 재차 점화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각국의 보호무역조치 건수는 200건에 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달러화 약세에 따른 기축통화의 다극화 가능성이다.
미 달러화는 단기적으로 혼조세가 예상되나 향후 약세로 전환되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더블딥 우려와 3차 양적완화 가능성, 중국 등 주요 미 국채 보유국가들의 보유감축 움직임 등이 미 달러화 위상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미 달러화의 단일 기축통화 체계에서 달러, 유로, 엔, 위안 등의 주요 통화가 역내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다극화된 기축통화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우선 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율 변동에 대한 햇지와 더불어 수출선 다변화 전략도 추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 및 유럽 경기 위축에 따른 한국 수출시장 축소가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신흥국 시장진출 확대 등을 통한 리스크 최소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외환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팽배한 만큼 단기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과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의 기능 마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안전자산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