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비전의 형상화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비법

세계적인 물리학자이면서 금고털이 전문가이자, 봉고 연주자, 화가였던 리처드 파인만. 4년 동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을 마주하며 ‘천지창조’를 기적같이 완성해 낸 미켈란젤로.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물을 볼 때 ‘형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형상화 능력’이란 말 그대로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천재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먼은 한 인터뷰에서 “저는 답의 형태적 특징을 먼저 봅니다. 머리 속으로 이미지를 다듬고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이미지를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수학방정식은 이때만 필요하지요”라고 말했다.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 세기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도 시각적 사고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상화 능력은 창조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단순히 시각적인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즉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언어 등 다양한 공감각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형상화 능력이 극에 달했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는 “희곡을 쓸 때면 마치 불을 훤히 밝힌 무대를 보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다 보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줄씩 한 줄씩 큰 소리로 외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어슬렁거리는 나를 보고 옆집에서는 드디어 내가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는 “나의 소설은 머릿속으로 본 것을 글로 적은 것”이라 했고 미켈란젤로는 “조각이란 대리석 안에 갇혀 있는 형상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깍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재들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예술분야의 경우 머리 속에 그려진 영감을 훈련을 통해 극대화 시키기도 한다.
루치아노 파발로티는 “나는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보다 머리 속으로 노래 연습을 더 많이 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형상화 능력은 CEO에게도 매우 유용한 도구다. 리더들의 ‘비전 제시’는 바로 형상화 능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경영의 괴짜 저자인 칩 콘리는 “헛된 망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괴짜 경영자들의 생각이 종국에는 그들의 열정과 끈기가 더해져 현실이 되고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잡스, 리처드 브랜슨, 마샤 스튜어트 등 수많은 경영의 괴짜들은 제품의 디자인, 기업의 미래, 세상의 변화 등을 마음속에 통합적으로 그릴 줄 아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고 그 미래를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것이 곧 ‘비전’이다 .
이런 형상화 능력은 길러 질 수 있다. 그저 막연한 상상이나, 공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어떤 생생한 상황이나 제품을 자세히 생각하고 그 이미지를 직접 표현 해보는 것이다.
‘상상이 현실로 된다’는 말은 바로 상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시킬 때 이뤄지는 것으로 형상화의 핵심 키워드인 ‘생생함’과 ‘정교함’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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