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환경이 나날이 치열해 지고 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디지털 환경으로 변해 가면서 많은 정보와 기술이 쉽게 개발되고 복제되며 빠른 속도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됐다. 과거에는 기업간의 기술 격차가 중요한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기술과 생산, 심지어는 연구 개발까지 아웃소싱이 가능하므로 자금력과 개발 의지만 있다면 더 좋고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빠르고 손쉽게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기술이 평준화 되는 속도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생산시설을 이용해 하청을 주는 경우까지 생기게 됐다.
MP3플레이어 제조기술도 처음에는 최첨단 기술로 생각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어떤 기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된 기술이 됐다.

기술과 품질은 기본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IT분야의 기술도 몇 가지 특별하고 새로운 기술을 제외하고는 첨단이니 벤처니 하는 표현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적인 기술이 됐으며 한 두 가지 기술의 조합을 통해 누구나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태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리드해 나갈 수 없는 IT중소벤처기업의 경우는 오히려 기업의 정체성을 IT벤처가 아닌 아웃소싱기업으로 정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소비자지향적인 기업환경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과 품질만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경쟁 제품간의 품질과 기술의 차이는 이제 소비자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도달했고 소비자 조차도 품질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는 더 이상 기술과 품질이 소비자의 절대적인 구매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소비자는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 대의 선풍기가 있다고 할 때 기술 지향적인 A기업의 경우 기술의 우월성으로 경쟁사 B보다 제품 가격이 10%, 전기료 10% 절전이 가능한 선풍기를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A기업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많은 실패의 원인이 된다.
소비자의 입장이 아닌 기술 위주의 경영전략, 개발자의 의도가 지나치게 들어있는 제품 개발은 소비자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는다.

새로운 가치창출이 경쟁력 요체
여기서 경쟁사 B기업이 대기업 이라면 소비자는 10%정도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브랜드의 신뢰성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사려는 고객이 많을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중소기업이라도 또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위의 경우와 같이 A기업의 제품이 경쟁사 보다 모든 면에서 10%가 저렴하더라도 같은 중소기업 B사의 제품 디자인이 우수하다면 고객은 10% 비싼 경쟁사의 예쁜 제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이제 경쟁의 요체는 기술과 품질의 단계를 넘어서 누가 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가에 달려있다. 젊은이에게 핸드폰은 이미 전자제품이나 통신기기의 개념이 아닌 액세서리와 캐릭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규정되어진다.
잘 들리고 잘 걸리는 단순한 모양과 기능의 핸드폰으로는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가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소비자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외국 유명 브랜드 회사에 납품하는 국내 하청업체의 운동화 납품가격은 15달러 안팎이지만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는 100달러 전후로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결국 유통비용을 뺀 나머지 차액이 브랜드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의 가격 차이는 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객은 고급 유명제품을 소비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이 귀한 존재로 인정 받기를 원한다.
소비자는 일반 운동화가 줄 수 없는 새로운 자신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대한 대가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당한 가격이 된다.
인터넷 상에서만 존재하는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기꺼이 돈을 쓰고 있으며 아바타 몰을 운영하는 회사는 매달 수십억원의 순익을 올린다는 사실이 마케팅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 효과를 잘 보여준다. 만약 디자인 회사가 MP3플레이어를 만든다면 고객이 좋아하는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안병익((주)다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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