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여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주장한다. 좋은 말이다. 정부가 내놓는 항목들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책의 비전이 불분명하고 각론을 묶어주는 큰 틀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정부는 직접 지원 축소와 보호제도 축소·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과연 지금이 적기인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정책당국에게도 고충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중소기업을 모르는 경제이론가들의 낭만적 경제논리, 둘째는 ‘중소기업은 약자’라는 이유로 지원의 정당성을 설명해온 과거의 ‘약자보호 패러다임’이 그러한 고충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본다.

낭만적 경제논리로는 어렵다
낭만주의자들은 미국을 참고하기 바란다. 주지하는 바, 미국이란 나라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실천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미국은 모든 정부기관이 총동원돼 중소기업을 철저하게 지원한다. 직접지원도 포함된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그 사명서에 “중소기업 지원·보호를 통해 자유기업체제를 수호하며 정부구매 계약과 정부재산 판매시 공정한 상당량(fair proportion)을 중소기업에 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하고 각 부처가 중소기업 담당부서를 두고 단체수의계약 등 ‘공정한 상당량’을 일관성 있게 집행한다.
직접지원을 축소하는 것이 시장경제라는 논리는 지나친 낭만주의이다. 중학생팀과 프로팀을 동일한 리그에서 경쟁시키는 법은 없다.
예컨대 종업원 20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자동차 엔진부품, 차체부품, 기타 부속 등 부품제조업체는 그 지역과 섹터를 구분해 별도의 리그를 만들고 리그 내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리그 포지션으로 상대 평가하면 된다. 직접 지원은 필수적이다. 공무원들은 작은 기업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친절히 안내하고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중소기업육성시책은 18개 부처가 분담하는 약 10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시책 항목수로 볼 때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그러나 많은 시책항목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조직체계, 행정 간소화, 분권화, 행정에 대한 시민 접근성, 전략계획과 실천과정의 완급조절이 미비하다. 올바른 비전 없이 추진하면 이러한 주요 당면과제들도 실패하기 십상일 것이다.

새로운 중소기업 비전 ‘1/2 + 3/4’
사실 최근 우리 사회는 약자들의 함성으로 가득차 있다. 노동조합은 자기들도 약자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 약자는 많다. 따라서 그냥 중소기업만 봐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지원·보호하지 않으면 혁신과 창업과 새 일자리 만들기는 누가 하겠는가? 구태의연한 비전으로 어떻게 당면과제를 풀어갈 것인가?
이제는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로 명분을 바꿔야 한다. 실업문제는 경제문제인 동시에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벌써 전부터 “기술혁신 건수의 1/2, 새 일자리의 3/4을 중소기업이 만든다”를 표어로 하고 있다. 우리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비전’을 온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경제발전과 통일을 위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다. △‘1/2 +3/4’을 위해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온 국민이 중소기업을 통해 꿈을 이루는 사회,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의 첫 발을 중소기업에서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회를 만들자.

이재관(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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