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휴대전화업체 모토롤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구글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회사에 계속해서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상공급이라는 명분아래 표준화를 내세워 세계시장을 독점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 맞춰 삼성에서도 국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고경영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중소 소프트웨어 업계는 갑자기 높아진 사회적 관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들 정책 중에 실제로 현업에 반영된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8년 1.7%에서 2011년 2%로 0.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를 볼 때, 경쟁력을 키워 세계로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보다는 국내시장에 안주해, 정부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만 눈을 돌리고 편법상속이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설립과 확장이 용이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은 대기업과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해 왔으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에서는 동반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공공시장 물건을 발주할 경우, 계산방법이 서로 다른 데 문제가 있다. 대기업은 원가에 관계없이 무조건 오버헤드 비용(직접적으로 제품생산에 공헌하지 않는 간접비용) 10%는 기본이고, 직접 투입되는 인건비 외에 연관성이 없는 비용까지 중소기업에 전가한다. 발주비용의 30~40%를 대기업이 관리비용으로 가져가므로 중소기업은 원가로 일을 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일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의 현실이었다.
당초 소프트웨어 품목은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이었다. 하지만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서 대기업이 공공시장의 70%를 독점했고 민간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했다. 이렇다보니 민간시장에는 감히 진입할 엄두를 못 내고 공공시장의 30%에서 1만3천개의 중소기업이 경쟁해 결국,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후퇴하게 됐다.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은 소수의 인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했으나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다 보니 내수시장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체계 또한 낙후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소프트웨어 발전 종합대책에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비는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명시했다.
개발에 필요한 인력에 시간을 곱해서 사업비를 책정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대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인건비를 높게 책정해도 수주하는 대기업이 관리비 명목으로 이익금을 모두 가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개선책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을 살리는 길은 공공시장에서의 수주 확대를 통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고 기초 인프라를 다지는 것이다. 이럴 때 국가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소프트웨어 산업의 세계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소프트웨어 제값주기를 위한 수발주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하청에 대한 이행계약서 준수 등 감독을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평가비중을 높이는 한편, 중소 소프트웨어 우대정책과 진정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병준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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