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초 국제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 A에서 더블 A로 강등하면서 달러 위상의 급속한 하락을 점치는 의견이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특권의 경제적 가치와 예상되는 지위 하락 과정은 어떠할까?
세계기축통화라는 달러의 특권적 지위 덕분에 미국이 누리는 경제적 가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자산총액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그것을 메우기 위해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그 나라가 보유한 대외자산이 줄어들거나 순채무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983년부터 2010년까지 27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무려 7조 달러 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대외자산규모는 3조 3천억 달러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달러의 특권적 지위에 따른 경제적 수익이 3조 7천억 달러를 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특권은 그리 오래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2010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버냉키 의장이 두 번째 양적완화정책(QE2)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달러의 압도적 지위는 향후 25년 이상은 계속될 거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투자은행 UBS가 지난 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운용 매니저에게 물어 본 결과가 그러했다. 하지만 미국의 달러 찍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조사에 따르면 달러의 독점적 주도권이 10년 이내 무너질 것이라고 중앙은행 매니저들은 보고있다.
기축통화에 관한 세계적 연구가인 미국 버클리대학의 베리 아이켄그린 교수도 달러주도 기축통화시스템이 향후 10년 이내에 달러-유로-위안화라는 다극적 기축통화시스템으로 바뀔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1년 초 출간된 ‘이그조비던트 프리빌리지(엄청난 특권)’라는 책에서 미국 달러화가 영국 파운드화의 기축통화기능을 대체하는데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러한 과정이 재현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최근 상하이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과거 미국의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이조차도 미국이 무책임한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를 제어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달러는 다극적 기축통화들 중 하나의 위치에 남아있지도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버냉키 의장이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앞으로 2년간 미국 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고백한 꼴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달러 찍어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달러의 위상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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