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에 내로라하는 소요산이라는 관광지가 있지만 그것보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기지촌이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양색시, 양공주’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곳. 진한 화장, 반짝거리는 의상, 미국식 흩어진 파마에 입가에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값싼 웃음을 흘리면서 미군들을 유혹하던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지역이다. 지금도 그런 흔적이 남아 있을까? 보산동 캠프 케이시(Casey) 정문 앞. 옛 세월의 흔적을 떠올려 보라고 양키시장등 보산동 기지촌을 관광화시켰다.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들 시간, 보산동 외국인 관광특구에 발을 내딛는다. 내가 접하지 못한 삶을 구경하는 일은 설레면서도 재미가 느껴진다. 생각보다 현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올 여름 수해를 겪었다.
대부분 상점들에 물이 차올랐고 겨우 수리를 마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 상인들은 알게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심경을 건드릴 수 있는 상황임이 길가 사람들의 까칠한 말투 속에 배어 난다.
보산동 기지촌은 6·25전쟁이 발발한 이듬해 1951년 7월,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군 2사단이 머물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동두천 북단 소요산 아래의 천혜 요지에 미군 캠프가 자리를 틀었다. 미군들의 주머니속 달러를 쫓아 외지인은 자연스레 모여들었다. 전쟁통으로 최남단으로 밀려났던 주민들도 조금씩 밀고 올라와 지금의 생연동을 이뤘다. 미군 주둔과 함께 보산동에 유흥 거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보산동 거리 앞에는 현재 케이시 캠프가 있다. 언젠가 이 캠프는 평택시로 이전을 하게 될 예정에 있다.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 보산동 관광특구는 주 소비층인 미군을 사실상 모두 잃게 된다.
그걸 염두에 두고 이 지역을 관광특구화시킨 듯하다. 옛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미군들을 상대로 하는 클럽과 의류점, 음식점 등 업체들이 아직도 많이 모여 있다.
거리에는 미군을 상대로 하는 헤어샵, 식당, 클럽등이 이어진다. 나이 젊어 보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초로의 남자에게 옛 흔적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하면서 길을 묻는다. 30여년전, 이곳에서 클럽을 운영했다는 그는 어쩌면 당시의 산증인일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를 잠시 엿듣는다. 물으니 좁은 골목을 가르키며 예전 이런 골목 뒤켠에 양색시들이 즐비했다고 말해준다. 예전에 엉망으로 놀았던 미군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런 군인들은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봤던 그림이 머릿속에 좌르르 필름처럼 그려지고 있다. 바안에서는 미군들의 술마시고 떠드는 소리, 매캐한 담배연기, 여자의 싸구려 웃음소리. 당시의 우리네 현실을 대변해주는 삶의 한 형태였을 뿐이다.
클럽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를 걷는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생각보다 한산하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은 클럽 간판들 뿐이다. 거리는 새로 보수공사를 해서 깨끗하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느낌이다. 클럽에서 귀에 익숙한 올드팝이 흘러나온다. 호기심이 가득 차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 전용이라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다.
거리에는 가무잡잡한 동그란 얼굴과 키가 작은 동남아 여성들이 스쳐 지나 친다. 이곳에 한국여성이 없는 이유는 1988년 올림픽 이후 한국 여성들의 ‘몸값’이 올랐고 상대적으로 미군들의 월급은 30여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했다. 자연스레 한국여성은 이곳을 떠나게 되고 러시아 여성이 진을 치다가 지금은 동남아여성들이 접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운에 가면 으레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양복점. 미군들이 고향에 돌아갈 때면 으레 옷을 맞추고 사갔다던 양복점 쇼윈도우에는 마이클잭슨이나 입었음직한 스타일의 옷들이 걸려 있다. 모자 파는 집, 빅 사이즈의 티셔츠 상점들. 그 상점 골목에서 무더기로 군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군인들을 만난다. 비상이 걸릴 때는 미군들은 클럽 출입을 삼가야 한단다. 아마도 검사를 하는 중 인듯하다.
미진함을 남긴 채 큰 거리로 나와 식당을 기웃거려본다. 브라질 요리집이라는 보사노바에는 손님들이 빼곡하다. 스테이크를 무한 리필해주는 곳. 고기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연신 칼과 포크질을 하고 쉐프는 비워진 접시에 덜 익은 고기를 놓아주고 있다. 도전해보고 싶지만 외국인만 가득한 식당안에 선뜻 발길을 내딛지 못한다. 어쨌든 이 집은 1인당 25000원이라는데 고기 좋아한다면 찾아봄직하다.
대신 한국인들 출입이 가능하다는 식당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근황을 듣는다. 10년정도 이곳에 살았다는 여주인은 수해, 현상황 등에 설명을 해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선다. 마침 손님이 자리를 채운다. 단골인 듯한 흑인가족. 특히 어린아이는 인형처럼 예쁘다. 흑진주라는 표현이 맞을까. 그들에게 다가가 사진 찍기를 허락받는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해맑게 웃어주는 흑인 소녀 소년의 얼굴이 해맑다.

여행포인트

○ 가는길 : 자가용:의정부 → 3번 국도 → 동두천시내 → 보산역과 미2사단 주변에 위치.

○ 대중교통 : 지하철 1호선 이용해 보산역에 하차 후 도보 이동.

○ 맛집 : 보산동 거리에는 각국의 나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는 생연음식문화거리가 있다. 생연동에는 원조 할머니보쌈족발(031-862-5115, 보쌈, 족발), 풍천장어선준식당(031-863-1466, 풍천장어), 송월관(031-865-2428, 떡갈비), 생연칼국수(031-865-2011, 칼국수), 삼복식당(031-865-2130, 횟집), 형제불고기(031-865-2021, 불고기와 해장국), 본가오리(031-861-3555, 횟집), 한국동태탕(031-862-7249, 동태탕), 대호숯불갈비(031-865-4782, 갈비), 평남면옥(031-865-2413, 냉면)등이 있다. 음식점 문의:http://food.ddc21.net/

○ 숙박 : 생연동에 (주)프리첼관광호텔(031-862-3399), 동두천관광호텔(031-862-7171), 유림관광호텔(031-865-2101)을 비롯해 모텔이 즐비하다.

■글.사진 :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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