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잡아라”

최근 글로벌 기업 의사결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언스트앤영 회계법인의 조사 결과 무려 75%가 향후 3년 동안 아프리카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2010년 말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CEO는 “아프리카 시장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아프리카 사업 확장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기아와 내전, 정정불안 등이 끊이지 않아 한때 죽은 대륙이라고 인식되었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이하 아프리카)에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 속도 빨라져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아프리카는 열악한 인프라와 투자환경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5.5%로 높아지면서 현재 1인당 GDP가 약 1,200달러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전체 47개국 중 앙골라, 나미비아 등 8개국은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상회한다.
글로벌 자금 유치와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한 아프리카 정부의 노력도 돋보인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사업환경지수의 10대 개혁 국가에 총 4개 아프리카 국가가 포함되어 있고, 아프리카 최대경제국인 남아공의 사업환경은 BRIC 국가들의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자원 수요 확대까지 가세해 아프리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중동 민주화 사태로 인한 석유 공급 불안으로 아프리카가 차세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 분야 이외에도 산업 전분야에서 경제발전이 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멕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과 2007년 사이 아프리카에서 숙식업과 금융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8%를 상회, 가장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수송통신업, 건설업도 원자재 산업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소비·인프라 시장 잠재력 커

아프리카내 신규 FDI 프로젝트(건수) 중 통신업과 금융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03년 2%와 11%에서 2010년 8%와 16%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 소비시장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리카개발은행은 빈곤층을 벗어나 하루 2달러에서 20달러를 지출하는 소비력을 가진 아프리카 인구가 지난 10년간 60% 증가해 지난해 말 3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또한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을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도시화비율과 핸드폰가입률은 각각 40%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의 선두주자인 남아공의 경우 60%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프라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국가 이해도 높여야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진출이 요구된다. 현재 남아공 등 몇몇의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현지의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은 상황이어서 얼마나 빨리 브랜드를 알리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여러 개발도상국들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경험했듯이 브랜드에 대한 욕구와 충성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을 함께 고려한 접근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업이 발달되지 않은 케냐에서는 사파리콤의 M-PESA와 같은 핸드폰 서비스가 돈을 송금 및 저축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에게 아프리카가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아직 정치적 리스크가 높다.
그러나 아프리카 디스카운트를 경제발전 역량과 정치상황이 크게 상이한 국가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기업들은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국가들마다 경제구조, 유망 산업, 인프라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아프리카 전체 보다는 각국 또는 지역별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를 단순히 시장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생산기지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인프라, 사업 환경, 각종 사회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아프리카가 수십 년 내에는 차세대 생산기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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