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불황’ 해도 이건좀 심하다. 작년초 경기가 반짝하더니 1년 가까이 소비가 줄고 있다. 남대문의 어떤 의류 도매업자는 “매출이 IMF보다도 3분의 1밖에 안된다”고도 한다. 어떻게 가닥을 풀어야 하나? 하지만 불황에도 잘나가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잘나가는 기업은 왜 잘될까? 본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불황을 기회로 바꾸는 중소기업’의 현장을 매주 찾기로 했다. <편집자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 자리잡은 신일프레임(주). 신일프레임은 액자의 프레임을 제조하는 회사다. 부지 3천평, 건평 2천평의 공장내 수많은 자동화기기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요즘 다들 “경기가 안좋다”고 하지만 이곳은 전연 다르다. 외국인연수생, 산업기능요원을 포함한 65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쉬지않고 일한다. 추석과 설날, 신정 등 3일을 제외하면 기계는 1년내내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출 1천만달러를 달성했다. 올해의 수출예상 규모는 1천300만불.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제품의 원료가 환경쓰레기‘폐스티로폼’이라는 점이다. 쓰레기를 수거, 내다팔고 외화를 획득해오는 셈이다.
폐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액자는 이탈리아 원목액자와 육안으로 거의 구별 할 수 없다. 그만큼 기술이 정교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가격은 원목의 40% 수준. 그러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30년 사업, IMF로 거품돼

회사 대표인 노상철(53) 사장은 21살때부터 이 액자사업에 뛰어들어 30년이상 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신일프레임이 노 사장이 지난 30년간 조금씩 성장시켜 이룩해 놓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해다.
신일프레임은 사실상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99년 새로 만들어진 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노 사장은 1971년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아는 사람의 소개로 사업을 하게 됐다. 직원 1명과 함께 소매업으로 출발했던 사업이 도매업으로 확장됐고 다시 96년 다시 제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97년 IMF가 터지면서 30년이상의 업력을 가진 회사가 하루아침에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거래업체에서 받은 수표·어음중 절반이상이 부도가 나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이었다. 당시 중국, 대만에서 원자재를 달러화로 외상 수입하고 있었는데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당시 8억7천만원 정도였던 외상대금이 3개월새 17억원이 됐다.
특히 그는 역경 속에서 가까스로 서류를 구비, 받게 된 정부의 기업회생자금 2억원을 거래은행이 ‘기존 담보의 부족’을 이유로 가로챘을때 그는 “은행측에 살인을 느꼈을 정도였다”고 고백한다.

수출만이 살길

그는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수출이었다.
“달러화가 올랐으니 원자재가격도 오르지만 당연히 수출가도 오릅니다. 그때부터 수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에 그는 가방에 샘플과 카달로그를 달랑 챙겨 직원 1명과 미국으로 날아갔다. 99년 미국의 액자 전문박람회에 참가했던 그는 작은 부스하나를 배정받았다. 당시 영어한마디 할줄 모르던 그였기에 한인유학생을 통역자로 쓰면서 바이어 찾기에 나섰다.
“얼마나 쑥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나름대로 제일 좋은 샘플을 가져 갔는데 그곳에 진열된 제품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촌스럽던지….”
그런 가운데 박람회가 끝나가면서 그에게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제조업자가 아닌 액자 도매업자였던 것. 참가자 모두가 그에겐 바이어인 셈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제품의 디자인, 칼라 등을 조언해 주었고 제품 주문까지 해주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는 99년 첫해 수출 50만불을 달성했다. 그리고 2000년 270만불, 지난해 1천만불의 개가를 올렸고 올해 1,300만불, 내년 2천만불을 예상하고 있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국내시장에서는 한계가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잘될 것 같은 착각에 공장규모를 키우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는 우리 제품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중국, 동남아 저임금 제품들과 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도 당연히 통한다는 것.
노사장은 “국내 제품의 품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면서 “다만 디자인과 칼라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거래처를 챙겨라

그가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려갈수 있는 또하나의 이유은 ‘거래처 관리’에 있다.
주문상품이 제작돼 해외의 거래업체에 도착할 때 쯤이면 그도 그곳을 직접 방문한다. 고객 챙기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하는 제품이 흡족한지’, ‘거래업체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음 제품은 어떤 것인지’,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한다.
그는 “거래업체들은 해외에서 메이저급 액자 회사들이라 세계 액자시장의 유행을 좌우한다”며 “그곳을 방문하면서 거래처도 챙기고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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