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노력 ‘긍정적’…中企 체감도는 아직”

대·중소기업간 불균형 구조를 시정하고 후진적 거래관행 개선을 통한 기업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9.29 동반성장 대책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공정거래질서 확립 ▲사업 영역 보호 및 동반성장 전략 확산 ▲중소기업 자생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9.29 동반성장 대책은 관련법 개정, 1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의 결실을 맺었으나 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인들의 체감도는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성장 1주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점검한다.<편집자>

□9.29 동반성장 대책 왜 나왔나=동반성장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지난 2007년 무렵.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요청하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중소기업계 인사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포함되면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9.29대책 발표 2개월 전인 지난해 7월20일. 서울 영등포 소재 대중음식점에서 열린 국무총리와의 토진간담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이 올리는 사상최대의 성과를 중소기업이 같이 나눠 경기회복과 체감경기 호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대기업이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동반성장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요청에 힘을 실어줬다.
거래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 분야 전반에 걸쳐 슈퍼 갑(甲)인 대기업은 백화점 수수료, MRO, SSM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갈등을 유발시키며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계층간 갈등 심화는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문제에 있다”며 “동반성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 어떤 노력 했나=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확산을 위해 대정부 건의, 토론회 개최 등 다방면의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 및 중소기업주간행사에서 “일부 대기업은 아직도 원자재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무리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고 소상공인의 일터마저 빼앗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았다.
또 중소기업계는 동반성장 정착을 위해 중소기업 옴부즈만 간담회 개최와 제주리더스포럼 중소기업 특별정책 토론회, 중소 서민경제 국민 대토론회 개최 등 30여 차례의 토론·공청회 및 정책건의에 나섰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는 그동안 단발적으로 이뤄졌던 중소기업계 애로 건의를 지난해 8월20일 하도급거래 제도개선 6대 과제로 압축해 공정거래 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정부의 9.29 동반성장 대책의 밑거름이 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9월8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대표를 초청한 조찬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필요성과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촉구하면서 동반성장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그 혜택이 중소기업에까지 퍼지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생발전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반성장 1년 무엇이 달라졌나=정부대책 발표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우선 마련됐다. 지난 3월29일 하도급 관련법령이 대폭 개선돼 하도급거래 단계별 서면교부 의무 등이 강화됐고 원재료 가격 급등시 중소기업협동조합에게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부여하고 하도급대금 감액의 입증책임을 원사업자에게 전환하는 제도가 만들어 졌다. 또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제공 요구 및 유용행위에 대한 손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도 인정했다.
이밖에 하도급법 시행령과 지침 등이 개정돼 협동조합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기준, 납품단가 조정 패스트트랙(Fast Track)개시 요건, 대금감액 및 기술자료 요구시 서면기재 사항 등이 마련됐다. 이밖에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및 감액 심사지침개정, 기술자료 제공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 제정,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 등도 정비됐다.
유통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왔다.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 전통시장보존구역으로부터 반경 5백미터 이내에 대형마트나 SSM의 진출이 제한됐고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SSM에만 적용됐던 사업조정 신청 범위가 가맹점까지 확대됐다.
특히 전통시장 반경 5백미터 규정이 실효성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의견이 제기되자 지난 6월 이 거리를 1㎞로 확대시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中企 적합업종 16개 품목 선정=지난달 27일 정부의 9.29 동반성장 대책 후속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1차 발표가 나왔다. 세탁비누(사업철수), 골판지상자, 플라스틱 금형, 프레스 금형, 자동차재제조부품(진입자제), 순대, 청국장, 고추장, 간장, 된장, 막걸리, 떡, 기타인쇄물, 재생타이어, 절연전선, 아스콘(확장자제) 등 16개 품목이 1차로 선정됐고 두부 등 89개 품목은 2차 발표에서 적합업종 여부가 가려진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차 선정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이해 당사자간 수용을 최대한 유도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사업철수가 결정된 세탁비누 제품은 내년 3월과 6월까지 각각 생산과 판매사업을 철수해야 하며 대기업의 떡 프렌차이즈 사업은 확장을 자제키로 했다.
신규진입자제로 결정된 자동차재제조부품의 경우 대기업은 고품수거·공급, 기술개발, 시장확대, 유통망 구조개선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접생산 진입을 자제하며 중소기업은 재제조부품의 생산성 향상 및 품질 안정화에 노력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순대 제품은 전통적인 중소기업 사업영역 범위로 대기업은 자가소비에 한해 생산을 허용하나 OEM을 포함한 유통 및 판매에 대해서는 사업축소가 권고됐다.
청국장 또한 대기업의 자가소비에 한해 생산이 허용되나 OEM을 포함한 유통 및 판매에 대해서는 확장자제 결정이 나왔다.
고추장, 간장, 된장 제품은 대기업이 정부조달시장 진입자제와 저가제품시장 철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적극적 기업인수 합병을 자제하고 대기업간 과다 판촉행위를 자제키로 했다.
막걸리는 대기업이 국내 판매를 위한 신규 자체 생산기반을 갖지 않고 지역유통 및 제조업체에 대한 M&A 자제와 현재 소유한 생산시설은 수출용 생산에 한정키로 했다.
플라스틱 및 프레스 금형 분야에서 전자업계 대기업은 범용기술로 만들어지고 있는 제품과 국내 판매용·영업용 금형시장으로의 진입과 확장을 자제키로 하고 제품개발용 신금형기술, 보안 및 핵심분야 등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자가금형에 집중키로 했다.
재생타이어는 대기업이 직접생산하지 않고 반드시 중소기업에 위탁생산해야 하며 절연전선은 내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중소기업들에게 전량 위탁생산(OEM)하기로 결정 됐다.
이밖에 아스콘은 대기업이 현재 지역 생산하는 공장 이외 사업확장을 자제하고 기타인쇄물은 대기업이 시장확장 자제와 턴키방식 수주물량의 OEM이 금지된다. 골판지상자는 진입자제로 결론났다.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의 확장자제 결정은 문제가 있다”며 “매년 몇%씩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내수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생산능력을 확장자제로 공인해줄 경우 줄어드는 시장규모 만큼 중소기업만의 도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시장확대와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주장했다.
향후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만 해 놓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반성장위원회를 정부조직으로 편입하거나 적합업종 결정사항을 법으로 강제하는 등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 못느껴=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최근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노력에 대한 희망적 기대를 가지고 있으나, 기업현장의 체감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 인식에 대해 중소기업의 30.8%는 개선됐다고 응답해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변화 없음이 60.4%로 조사돼 절반 이상이 아직 동반성장인식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소기업의 44.0%는 동반성장에 대해 긍정적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나 절반이상(60.8%)이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해 현장의 체감도는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현실화에 대해서는 1년 전에 비해 악화라는 응답이 18.4%로 개선(11.8%)보다 많았으며, 납품단가 수준 또한 적정수준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속가능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중소기업 사업영역보호(53.0%)가 가장 많았고, 대기업이 이행해야할 분야로는 납품단가 현실화(78.0%)를, 중소기업이 가장 노력해야할 분야로는 기술경쟁력 강화(65.6%)로 나타났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중소기업계는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동반성장 1년을 뒤돌아 보니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손에 남는게 없다”고 밝혔다. 서 이사장은 “정부의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은 사문화될 판으로 최소한 협동조합에 협상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유통업계도 마찬가지. 과도한 백화점 수수료 문제와 골목상권 초토화에 나선 SSM문제, 공룡 MRO기업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수수료 및 카드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인하돼야 한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MRO 등 유통분야도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1차 선정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렸다. 곽수근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 적합 업종 품목 선정 실무위원장(오른쪽)이 품목선정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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