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요시 닛신도(丸吉日新堂)라는 회사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직원이 5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회사다. 그렇지만 일본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기업이다. 그 비결은 뭘까?
이 회사는 ‘친환경 점자(點字)명함’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소외계층을 기꺼이 고용하여 이들의 노고를 통해 명함을 제작·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일을 맡겨 납품받고 있는데, 복지시설에는 돈 되는 일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생각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른 큰 회사처럼 기계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만드는 명함은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이 명함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웬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고, 명함을 만든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내용의 엽서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판매되는 명함 한 장당 150원을 기부하는 것으로도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산·판매하다가 이를 또다른 좋은 일과 연결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명함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이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해 준다는 것이다. 기부 단체를 선정할 때는 기부액 및 사용처를 공표하는 곳을 택하는 것도 신선하다. 기부를 하되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신문사 산하의 잡지사가 운영하는 ‘야생생물기금’에 기부하고 있으며, 기부단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1982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회사, 장애인을 고용하고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는 ‘따뜻한 배려’가 살아 숨쉬는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고객을 갖고 있다. 또, 사원을 모집하면 한 번에 100명 이상이 지원하고 있어,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는 통념과는 무관한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양심적 자본주의(conscientious capitalism)’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타인을 배려(配慮)하고 그러면서도 경영의 정도(正道)를 걷는 자본주의 혹은 그러한 기업경영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공헌과 관련하여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위한 실천적 철학이자 방법론으로 부상하고 있는 화두이다.
마루요시 닛신도社 사례는 이러한 양심적 자본주의를 묵묵히 실천하는, 중소기업 사회공헌의 표상(表象)이자 사회적 존경을 받을 만한 기업의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꼭 큰 기업만 사회공헌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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