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수고비나 임금으로 250위안은 절대 주지 않는다. 중국에서 250이라는 말은 욕과 같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一封을 500냥 단위로 매겼다. 이에 따라, 250냥은 “半封”이라 했는데, “半封”이라는 말이 ‘반미치광이’라는 뜻의 한자와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사람을 “二百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어떤 숫자를 좋아할까?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8이다. 베이징올림픽도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개막했다. 어찌 보면, ‘8자 편집증’이라 할 정도로 8을 좋아한다. 8자는 우선 한자(八)로 표시하든, 아리비아 숫자(8)로 표시하든, 그 모양부터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기호에 맞다. 더욱이 8의 중국어 발음인 “빠”는 ‘돈을 번다.’ 또는 ‘재산을 모은다.’는 뜻의 한자와 발음이 유사하다. 그래서 8자가 들어간 전화번호, 차량번호, 주소 등이 거액에 거래되곤 한다. 8 다음으로 좋아하는 숫자는 6이다. 六의 발음은 ‘물이 흐르다’, ‘일이 순조롭다’는 라는 뜻의 “流水”의 流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6자를 쓰면 일이 순리대로 잘 풀린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때도 6이 들어간 주식을 가장 선호한다. 이는 중국어로 주식시장의 상승장, 즉 Bull Market을 “牛市”하는데, 육의 발음이 언뜻 들으면 소를 의미하는 “牛”(niu)와 비슷하게 들린다.
따라서 6이 들어간 주식을 좋아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순조롭게 상승장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8과 6 다음으로 길(吉)한 숫자는 9이다. ‘九’의 발음 ‘jiu(지우)’는 ‘길다, 장수한다’ 등의 뜻을 가진 ‘오랜 久’ 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 9는 황제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숫자였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에서 숫자 9는 생명과 신성함, 완벽성 등을 상징해 길한 숫자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이처럼 숫자에 민감한 중국인의 심리는 중국 비즈니스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최대 제약회사 ‘싼지우’(三九)는 그 이름 자체에 숫자 9를 세 번 써서, 건강이나 불로장생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싼지우 웨이타이’(三九胃泰)라는 위장약은 점유율이 중국 의약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중국에서 ‘MOTEL 168’이라는 숙박업소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168’(이리우빠)의 발음’이 “일생의 여정에 계속 돈을 번다”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서비스업계에서는 좋은 날짜를 둘러싼 마케팅이 치열하다. 일례로, ‘518’(우야오빠)은 “나는 돈 벌기를 원한다”라는 뜻이다. 5월 18일이면 연회나 결혼식 같은 경사스러운 행사들이 계속돼 예약하려면 오래 전부터 줄을 서야할 정도이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쉽고 명료하게 자리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 마케팅은 매우 효과적이다. 중국인의 문화적 특성이나 언어적 특성을 숙지해 숫자에 민감한 중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숫자 마케팅’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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