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특화·공영 신흥국 진출 핵심 키워드”

현재 신흥국은 세계경제의 기관차이자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신흥국은 또 자원의 주된 공급처이자 생산기지이며, 성장 잠재력이 큰 소비시장으로 매력적이다. 우리가 신흥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신흥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해(Knowledge)-특화(Edge)-공영(Mutualism)이라는 세 가지 전략키워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흥국 이해 진출전략의 첫걸음

신흥국에 대한 이해는 진출 전략의 필수조건이자 첫걸음이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한국과 교류가 많지 않고, 역사, 문화, 종교 등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졌다. 이에 따라 신흥국의 역사, 종교, 사회문화, 소비자의 구매행태와 사용습관 등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신흥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균형된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신흥국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규제완화, 거대 소비계층, 인프라개발, 기초 제품 및 서비스 수요, 풍부한 인적자원 등으로 많은 사업기회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부정부패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고, 인플레이션, 환율, 경상수지적자 등 거시경제 펀더멘털도 불안하다. 또 지적재산권 보호체계는 물론, 교통과 금융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미흡하고,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유통망도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맞춤형 특화전략을 세워라

두 번째 전략은 특화(Edge)다. 신흥국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획일적인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진출국 상황을 감안한 특화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특화전략으로는 ‘로컬화(Localization)’전략과 ‘선점’전략을 들 수 있다.
신흥국 소비자들은 글로벌 소비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가격, 사용 편리성, 최신 기술 등을 요구하는 독자성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들의 니즈에 맞는 로컬화 전략이 필요하다. 파나소닉의 경우, 2009년부터 인도네시아의 현지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전력을 덜 소비하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너무 로컬화 할 경우 ‘규모의 경제’ 우위와 글로벌 브랜드의 이점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표준화 전략과 로컬화 전략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제품의 글로칼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과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될 수 있다. GE는 글로칼라이제이션 전략 덕분에 신흥국 사업에서 15~20%의 높은 성공률을 거두었고, 최근에는 신흥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미국 등 선진국에 판매하는 ‘역혁신(reverse innovat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다른 특화전략은 선점전략이다. 선점은 신흥국 거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더 나아가 농촌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지역선점’전략과 경제발전 및 소득 증가를 예측해 미래 성장분야에 미리 진출하는 ‘시간선점’ 전략으로 나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목표를 지향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상생 염두에 둬야

신흥국 공략의 마지막 전략은 공영(Mutualism)이다. 세 가지 차원에서 전략 구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첫째는 현지국과의 공존공영이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저개발 단계에 있다. 따라서 선진국 시장과는 달리 무역과 투자를 통한 일방적인 이익 추구는 곤란하다. 이 경우 현지국 정부의 경제개발정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는 ‘컨트리마케팅’ 전략 개념이 유용하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다.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현지화전략이 사업 성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인도의 유니레버(Hindustan Lever)는 농촌 여성인력을 판매요원으로 육성해 매출을 늘리면서 농촌지역의 소득수준도 향상시키는 현지화전략을 통해 인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기업이 됐다.
셋째는, 현지기업과의 협력이다. 신흥국에는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 터줏대감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선진국 기업들을 위협할 정도로 글로벌 강자로 성장했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는 복합기업들도 존재한다. 인도의 타타그룹과 릴라이언스그룹, 남아공의 비드베스트(Bidvest), 브라질의 이타우사(Itausa) 등이 대표적인 복합기업이다. 로컬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합작도 고려해야 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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