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기획·역혁신’ 성공제품 개발 비결

‘現地기획’, ‘原點설계’, ‘逆혁신(reverse innovation)’. 넥스트차이나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개발의 세 가지 비법이다.
우선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현지기획’이 중요하다. 넥스트차이나 시장의 고객은 소득과 생활방식에서 본국이나 선진시장의 고객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지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높이 평가하며 어느 기능에 가치를 두는가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TV를 판매할 때, 꼭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나라 TV에는 스마트 기능, 3D, 저소비전력, 디자인 등의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그보다 ‘서지세이프(Surge Safe;순간전압변화에서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 기능이 더 중요하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전력설비가 부족한 가운데 급증하는 전력사용량 때문에 전압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가전제품의 고장이 잦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획된 제품을 제대로 개발하려면 기존 제품개발방식을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원점설계’가 필요하다. 본국과 선진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에서 일부 기능과 사양을 줄여 가격을 낮춘 제품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현지인이 가치를 두는 기능을 중심으로 새롭게 제품을 설계하고 기존 설계상식에 얽매이지 않아야 현지에 적합한 기능과 가격을 갖춘 제품개발이 가능하다.
기존의 설계방식에 구애받지 않은 개발사례는 후지제록스의 신흥국용 프린터에서 볼 수 있다. 후지제록스는 신흥국의 사무실에서 필요한 프린터의 특성을 ‘비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저가의 소형 프린터’로 규정했다. 분석 결과, 설계팀은 기존 프린터와 달리 본체에서 마킹엔진(감광체/현상기/토너가 일체가 된 유닛)을 탈착하기 위한 프레임을 없앴다.
마지막으로 넥스트차이나용으로 개발된 제품을 선진국시장으로도 수출하는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의 열악한 인프라와 낮은 소득을 감안하여 개발한 신흥국용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경우가 많아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시장에서도 판매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역혁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GE이다. GE는 중국에서 개발한 저가격의 이동형 초음파 진단장치 Vscan을 중국에서 판매하여 대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이를 미국시장에도 들여와 구급용 의료장비로 판매하여 역시 히트상품이 되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GE는 인도를 겨냥한 100만원대 휴대용 심전도장비를 개발하여 인도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역혁신을 고려할 때, 이제 ‘혁신은 선진국에서만 일어난다’는 상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 없는 신흥국의 광대한 인구와 인프라 부족, 빈곤 등은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요람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시스템에 대량생산모델을 도입하여 의료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있는 인도의 병원, 아프리카의 휴대전화기업이 선보이고 있는 전자머니, 중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사립학교 운영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넥스트차이나에 속한 이들 기업은 의료, 금융, 교육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세계를 바꾸어 놓을 만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혁신의 발상지로서 넥스트차이나 지역을 염두에 두고 역혁신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넥스트차이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개발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본사에 앉아서 기존 방식대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현지기획·원점설계·역혁신’의 비법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판매하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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