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텔레콤에서 2008년 2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직원 스물다섯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살을 선택한 직원 대부분이 “회사 근무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을 수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프랑스텔레콤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안정적인 평생직장으로 여겨지던 프랑스 국영 회사였다. 그러나 2004년 민영화 된 이후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감행되었고, 남은 직원들은 잦은 부서이동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심지어 회사에 남은 이들은 직원 한 명 당 일년에 평균 한 달의 병가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잡코리아가 국내 직장인 626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우울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74%가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우울증은 심리적인 압박으로 사표를 내고 싶다는 충동에서 나아가 프랑스 텔레콤 사례처럼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회사 우울증’은 와세다대학교 고스기 쇼타로 교수가 만들어낸 말로,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회사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제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의한 인원감축 등 직장을 둘러싼 불안정성이다. 직장인 우울증 조사에서 ‘회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그 원인으로 ‘회사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47.4%)과 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45.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렇게 조직과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바로 회사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스탠퍼드대 로버트 서튼 교수는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이라는 책에서 직장 내 비인격적 대우와 정서적 폭력을 일삼는 이들을 조직의 ‘말썽군(Asshole)’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대표적 행태를 12가지로 정리했다. 여기에는 인신공격이나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냉소적 농담이나 의도적 약 올리기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회사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보통 ‘회사에서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까 월급을 받는 거지’ 라는 얘기를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업무의욕을 떨어뜨리고, 성과창출에도 큰 장애요인이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당연히 받아야하는 직장인의 숙명으로 생각하기보다 회사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나서야 한다. 회사에서 상담실을 개설하고 전문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그 예다.
둘째, 사람관리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정서적 폭력을 휘두르는 말썽군들을 실적이 좋거나 직급이 높다는 등 다양한 변명으로 보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이런 ‘말썽군’들의 행동은 회사의 핵심가치나 규범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겪고 있는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 제도와 폭언이나 거친 행동에 대해서 강력하게 징계할 수 있는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변화와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과도한 위기의식을 불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존 코터 교수는 ‘조직에 그릇된 위기감이 만연하면 조직에 패배감을 안겨주고, 결국 조직을 나락의 지름길로 이끈다’고 했다. 따라서 회사가 급격한 변화를 겪을 때에도 직원들이 과도한 불안감이나 절망적인 위기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회사는 현재의 상황을 ‘안 좋다, 최대의 위기다!’ 같은 표현이 아닌 가급적 투명하게 현 상황을 알려주고 직원들이 다음 상황에 대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한 직원들 각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애스퍼런트 CEO 손 아처는 직장에서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는 6가지 비결을 제시했다. 첫째, 고마운 일을 찾아라, 둘째, 일하는 틈틈이 재미를 찾아라, 셋째, 업무환경을 밝게 꾸며라, 넷째, 걱정노트를 만들어라, 다섯째, 사람에 투자하라, 여섯째, 마라톤보다는 단거리 주자가 되라. 당연하고 사소한일 같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이뤄질 때 직장이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삶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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