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입점규제·카드수수료 인하 시급”


최근 4년간 시장매출 20%감소… 대형마트는 30%늘어
대형마트에 동네상권을 내준 전통시장이 예전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소매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전통시장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을 담당했으나 규모의 영세성, 기반시설의 노후 및 주차장 등 편의시설의 열악성, 소비자 만족도 향상을 위한 컨텐츠 부족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대형마트 독식 여전=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답십리 현대시장 상인들은 인근 50m 거리에 들어설 이마트에 정신이 온통 쏠려 있다. 지난해 11월 유통법 개정에 따라 동대문구는 지난 3월 조례안을 제정해 전통시장반경 500m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대형마트 등이 입점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조례가 공표되기 이전에 등록서류를 제출하고 개점 강행을 시도,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답십리 현대시장은 126개 점포가 입주해 있으나 20년 전 복개한 도로를 시장터로 삼고 있어 여전히 서울시에 과징금 형태로 점용료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아케이드 설치도 어렵다. 대신 상인대학, 상인아카데미, 상인대학원에 시장상인들을 보내 교육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추석에는 경품추첨행사를 개최해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자구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펼치며 전통시장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우림시장도 대형마트의 끈질긴 공세에 힘들어하고 있다.
눈·비·햇빛 등을 막는 아케이드를 상인 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고, 시장으로 오는 셔틀버스, 택배 서비스도 우림시장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2002년 이마트가 인근에 들어올 때 많은 상인들이 직접 경품을 내걸고, 고객 감동서비스를 펼쳐 대형마트의 공세를 막아내는 듯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제한된 상권을 두고 대형마트가 버겁게 느껴진다는 게 상인들의 목소리다.
유의준 우림시장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은 “우림시장이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선전하던 편이었다”며 “우리 시장도 어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다른 시장은 어떨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매출감소 지속=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은 1,517개로 20만개 점포에서 36만명의 소상공인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4년 동안 전통시장 매출액은 20% 가까이 감소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지난해 전통시장 매출액은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고 29조8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2006년에 비해서는 19.5%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대형마트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국 425개 대형마트의 작년 매출액은 33조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8.0% 늘었다. 2006년 매출액이 25조7천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1.1%나 증가했다. 2006년만 해도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매출액이 많았지만 2007년에 1조6천억 원 차이로 상황이 역전됐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점포수도 최근 3년 동안 배 이상 늘어 대형마트와 함께 전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SSM 점포수는 2007년 말 354개에서 올해 1월 말 현재 847개로 139% 증가했다.
□변화하는 전통시장=소비자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은 서울 구로구 구로자율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아케이드 설치를 위한 건물주간 합의가 끝나 내년 3월이면 아케이드 설치가 완료될 전망이다. 또 최근 시장 안에 최신 화장실을 만들고, 주차장 부지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끝에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은 만큼 상인 스스로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높다. 지난 추석에는 200여명의 상인들이 고객 경품으로 내놓은 상품이 1억원에 달했다.
하재윤 구로자율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상인들은 대형마트로 갈수도 있는데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라며 고객에 대한 감사함이 어느 때보다 크다”며 “앞으로도 우리 시장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유재래시장도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젊은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2008년 전국최초로 쿠폰제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 7월 시장 최초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을 열었다.
수유시장㈜ 최진호 전무이사는 “지난해 12월 시장 한쪽에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을 개관하는 등 상인들의 마인드가 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및 SSM과 맞서기 위해 꾸준한 경쟁력 확보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의 자양골목전통시장도 시장 내에 고객 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 수유시설이나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해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최승용 사무국장은 “광진구청에 사업계획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고객 쉼터가 완공되면 전통시장의 단점으로 지적된 편의시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8년간 노후시설 개량과 경영현대화에 지방비 포함 2조원이 지원됐고 상인대학 교육 이수생도 14만20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점 규제 왜 필요한가=전통시장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및 SSM 입점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는 전통시장과 대기업 유통업계가 제한된 상권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제로섬 구조이기 때문.
대형마트 및 SSM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지난 1996년 유통시장을 개방하면서 소상공인 보호 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지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유통산업 구조조정이 30년에서 50년간 서서히 진행된데 비해 국내 여건은 10여년의 짧은 기간에 급속히 진행돼 그 여파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전통시장을 비롯한 중소유통업자에 대한 사후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대형마트 설립과 과도한 경쟁행위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정부의 지원책이 사실상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SSM 입점에 따라 주변 소상공인 점포는 1일 평균 매출액이 34.1%, 평균 고객수가 36.7% 줄었으며 79%가 SSM 입점후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대기업 유통업체가 유통시장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중소유통업과 완전경쟁한다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헌법정신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사회분위기다.
□전통시장 어떤 문제가 있나=국내 전통시장은 소비패턴 변화, 경쟁업체 출현, 유통산업 발전 등 사회적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 기능 쇠퇴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1970년대 이전에 건축돼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고 비좁은 이동로와 주차시설의 미비, 편의시설 부족 등 쇼핑환경이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가 바라보는 개선사항으로 시설현대화(67.9%)를 가장 먼저 꼽았으며 주차장 확장(56.9%)이 뒤를 이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대형점을 찾는 근본 이유는 원산지, 품질, 가격, 서비스에 대한 신뢰 때문이며 중소 소매점 경쟁력 저하 원인은 신뢰 실종에 의한 소비자 불신과 외면에 있다”며 “정부정책 또한 중소유통업의 신뢰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소비자에게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원체계 문제는 없나=전통시장 지원사업이 시설현대화에 집중됐다는 것이 중소기업연구원의 분석.
2002년부터 지원을 시작한 시설현대화는 2010년까지 1조1,852억원이 투입됐으나 경영현대화는 1,760억원에 그쳐 전체 지원금액의 12.9%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한 전통시장지원 정책평가 자료에 따르면 누적적으로 투입된 시설현대화 투입비 6,576억원이 매년 30.8%씩 3개년에 걸쳐 6천억원의 재래시장 매출로 회수돼 시설현대화 지원정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설현대화로 일평균 고객수가 5천여명 증가했고 연간 729개의 빈점포가 감소, 1천2백여명의 고용유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특성과 지역이 갖고 있는 특징 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에 한계를 가졌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으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의 장점으로 꼽고 있는 볼거리, 따뜻함 등 무형자산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측면의 정책전환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지원 개선책은 없나=지자체와의 자매결연이 늘고, 기업체 온누리 상품권 배포가 늘면서 전통시장의 힘이 되고 있다.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주부 김춘순(60)씨는 “작년 추석만 하더라도 개봉시장에 온누리 상품권을 들고 가면 물건 살 데가 없었는데 올해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주변에 상품권 사용을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 후 마트 대신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밝혔다.
우림시장 유의준 시장조합 이사장은 “올 추석연휴기간에 상품권이 많이 들어와 시장 전체적으로 2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며 “아직까지도 상품권을 가지고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 만큼 상품권을 통해 전통시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구축과 유통비용 절감, 고객서비스 개선 등 경영현대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정성관 답십리 현대시장 상인회장은 “정부 지원이 비교적 형편이 나은 시장에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환경이 열악한 시장에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 지역사회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 단순한 소비유통공간이 아닌 문화체험이 가능한 전통시장으로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은 “온양온천시장은 지역 특색에 맞게 입구에 들어서면 ‘건강의 샘’이란 온천 분수에 노인, 주부, 아이들까지 발을 담그고 휴식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며 “60·70년대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 왔었던 부부 70쌍을 초청해 옛 추억을 되살리는 ‘리마인드 허니문’ 행사 등을 개최한 결과 연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에는 끊임없는 고객만족 방안 연구를 비롯, 고유한 개성을 특화한 상품과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카드수수료 또한 낮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전통시장 관계자는 “비싼 수수료 때문에 상인들이 카드 결제를 꺼린다”며 “고객들의 원활한 카드사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수수료 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완신·손혜정기자
김창범·신기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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