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속속입점’… 전통시장 벼랑끝 내몰려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에서 피자집을 운영해온 유의준 사장은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이 곳은 맛이 좋고, 저렴해 항상 손님들로 넘쳐나는 시장의 명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시장에서 400m 떨어져 있는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마트 피자가 잘 팔린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른 마트에서도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결국 유 사장은 16년 피자장사를 접었다.
유의준 사장은 “장인정신을 갖고 항상 신선한 재료로 피자를 만들어 왔지만 출혈경쟁을 앞세우는 대형마트와 경쟁이 힘들다”며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시장도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을 개발하지만 마트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2번째로 큰 수유시장. 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수유시장 상인들은 요즘들어 피말리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시장 인근 7백여m 거리에 롯데마트가 지난 7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위장 입점’으로 논란을 빚었던 삼양시장 부지 내 롯데마트 개점에 대해 행정법원은 ‘문제없다’는 판결을 지난 8월 내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 진행된 시장상인들과 롯데마트 간 자율조정이 타결됨에 따라 결국 롯데마트가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안영승 수유재래시장 상인회장은 “대형마트 개점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춰야 경쟁이 가능한데 지금으로서는 상인들이 감당할 수 없다”며 “3년 후에나 주차장이 완공되는 등 큰 타격이 예상 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유시장이 생존을 위해 펼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문화관광체육부의 지원을 받아 2009년부터 2년간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시장 한쪽에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도 개관했다. 올해 7월에는 전국 시장 최초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공모전도 개최했다.
최진호 수유시장㈜ 전무이사는 “시장 전체는 물론 개별 점포들도 리모델링과 상품개발, 간판정비 등을 추진,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시장을 만들자는 의지가 강하다”며 “시장상인들의 혁신의지와 정부지원이 맞아 떨어질 때 전통시장이 다시 옛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이 시장 기반시설 및 환경개선에만 지나치게 치중돼 변화하는 소비패턴의 분석, 유통구조 개선, 성공적인 전통시장 벤치마킹 등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정책이 전통시장에 무엇을 지원할지에서 어떻게 지원해야하는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4면>
최종락·박완신·손혜정기자

-지난11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우림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 시장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현대식 아케이드를 최초로 설치하는 등 대형마트와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지속적인 대형유통업계의 진출로 애로를 겪고 있다. <신기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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