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지역사회와 상생 성공 첫걸음”

공영전략은 한마디로 기업 혼자서는 낮선 신흥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지정부, 지역사회, 로컬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독불장군’식 전략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다음 세 가지 차원에서 공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첫째는 현지국과의 공존공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앞으로 세계경제는 신흥국의 경제적 중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미래는 신흥국 시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은 신흥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성장한다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컨트리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있다. 컨트리마케팅은 풍부한 자원 등 경제적 잠재력이 큰 신흥국을 대상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하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말한다. ‘컨트리마케팅’ 전략은 신흥국 중에서도 경제발전단계가 요소 주도형에서 효율 주도형으로 넘어가는 국가에 적합한 전략이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미숙련 노동력과 천연자원에 의존해 성장할 수 있었으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경제발전전략에 입각한 다양한 산업기반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몽골, 베트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케냐에서, LG상사는 오만과 투르크메니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컨트리마케팅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정책 경험이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등 40여개 신흥국에 전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정책 한류가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흥국 시장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관계 구축이다. 기업의 현지화는 선진국 시장만큼이나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기업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전략만이 사업 성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전략과 관련해 상반된 사례를 들어보자. 인도에 진출한 코카콜라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용수를 끌어오고 오폐수를 처리하였다. 하지만 지역 농부들이 코카콜라 때문에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오염되었다며 시위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03년에 전국적인 코카콜라 불매운동으로 번져 회사는 브랜드 가치에 큰 손실을 입었다.
반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사업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현지의 유휴 여성인력을 활용해 농촌시장도 공략하고 지역사회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한 인도의 유니레버(Hindustan Lever)와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살충제를 도포한 모기장인 ‘오리세트 넷(Olyset Net)’을 개발해 대히트를 친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은 현지화와 사업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대표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교육과 계몽을 동반한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유니레버는 인도의 비누 소비 잠재력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400여개 NGO와 연대하여 전국의 학교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비누의 효용성을 교육시켰다. 이와 더불어 세제와 샴푸를 소량 포장, 저가에 판매함으로써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셋째는, 현지기업과의 우호관계 형성이다. 신흥국에는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 터줏대감처럼 행세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는 복합기업들이 국가별로 존재하고 있다.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이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우위를 앞세워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방법도 있지만, 낯선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으로서 로컬기업으로부터 한 수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가 유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지기업과의 상생전략으로 전략적 제휴나 합작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서는 로컬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B2B(핵심부품 공급)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 이는 일본기업들이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한국기업을 상대로 전개한 장기 사업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판매망이나 기술 등에서 보완적인 경쟁력 원천을 갖고 있는 신흥국 기업에 대해서는 지분 인수 등 M&A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3위 제약업체인 다이치상쿄가 인도 제약회사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대표적인 M&A 사례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신흥국 시장 진출을 위한 공영전략을 살펴보았다. 기업이 신흥국을 단순히 이익창출의 대상이나 소비시장으로만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사업전략이 현지국 정부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물론 로컬기업, 소비자, 환경 등과 공존할 수 있도록 진출전략을 철저히 세워 추진해야 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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