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국 측에서는 완전히 매듭지어졌고, 이제 공은 한국 측으로 넘어왔다. 여야 간에 찬반논쟁이 불꽃을 튀고 있지만 우리 국회도 비준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의 발효를 앞둔 시점에서 이 협정이 우리 중소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업계에서는 어떤 대응노력을 강화해야 할지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경제의 거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실질GDP, 소비자 후생, 고용, 무역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와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중소기업이 직접 주도하지는 않지만, 자동차 부품분야가 가장 햇빛을 강하게 받을 전망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업종에서는 섬유, 의복, 전자부품, 생활용품 등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적 영향이 높은 업종은 종이, 인쇄제품, 기계장비 등이다. 이처럼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국제화와 전문화의 호기

종합적으로 볼 때 한미FTA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을 동시에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도 납품 대기업의 대미 수출 확대에 따른 매출액 증가와 무역장벽 철폐에 따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미국은 14조 달러의 GDP로 세계 제1의 부자나라이며, 5조 달러가 넘는 내수시장과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조달시장은 한국의 능력있는 기업들에게는 황금어장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투자 창출, 공동기술개발, 혁신기반 강화, 경영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요컨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화, 전문화, 대형화를 성취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산 경쟁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경우에는 국내시장이 잠식되고,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투기성 벤처캐피탈이 몰려올 경우에는 적대적 M&A도 우려된다. 이와 같이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한미FTA의 발효를 목전에 두고 경쟁력과 존립기반의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들은 자구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대미수출을 늘이기 위해서는 상품 개발력과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업종별지역별 시장특성을 감안해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바이어들은 중개상을 배제한 직거래와 현지구매를 선호하므로 국내에 있는 미국의 구매사무소(Buying Office)를 최대한 활용하고, 인터넷 무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수기업들도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구매를 늘려가는 추세에 발맞추어 미국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꽤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구조 고도화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 나가야 한다.

美 발판삼아 신흥시장으로

다음으로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대미 투자를 늘여가는 것이 좋겠다. 미국을 발판으로 해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시장을 공략하는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 진출은 한미 간 공동투자를 통해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기술협력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술력의 강화는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기계부품, 반도체 장비, IT, BT, NT 분야의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편 수입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관세효과가 큰 고품질 자본재를 수입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했으면 한다. 또한 모거래기업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미국산 수입제품에 맞설 수 있는 체제도 갖추어 나가야 하겠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관계 부처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대응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는 줄 알지만, 미흡한 부분의 보완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하겠다. 한미FTA의 선용 여부가 개별기업의 성쇠를 좌우하고, 산업별 구조 고도화의 분수령이 되며, 한국경제 선진화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 국민적 공감대를 확고히 해야 될 줄 안다.

최용호
(사)산학연구원 이사장,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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