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만큼 일하는 신세대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회사에 헌신하다가 헌신짝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유행이라고 한다. 또 예전에는 신입사원 면접에서 ‘회사를 위해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습니다’라는 말이 단골 멘트였다면, 요즘은 ‘회사가 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라고 당돌하게 묻는 신세대가 늘었다고도 한다.
기성세대에게 회사는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당장의 보상에 연연해하지 않았고 지금 희생하더라도 언젠가는 회사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는 다르다. ‘회사는 회사, 나는 나’라는 생각이 강하다. 월급을 받는 만큼만 회사를 위해 일하면 되었지 자발적으로 희생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받은 만큼만 일하려고 하는 신세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상이 결정되는 성과평가에서부터 공정성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업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적시에 피드백 함으로써 공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관리자 입장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평가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신세대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업무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수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SAS는 1998년부터 공식적인 평가 피드백 대신 ‘Continuous Dialogue(지속적인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즉, 1년에 단 한 번, 평가 철에만 부하직원과 업무성과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면담 등을 통해 수시로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가 결과에 대한 직원의 수용도와 공정성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평가에 대한 이의 신청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 평가 과정에 개입될 수도 있는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Fedex에는 GFTP(Guaranteed Fair Treatment Procedure), 즉 ‘공정 처우 보장 절차’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불공정하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할 경우 자기 부서장뿐만 아니라 차상급자에게 재평가를 호소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사내 항소제도’다. 이를 통해 ‘Fedex는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인식이 사내외에 확산될 수 있었다.
셋째, 신세대 직원들이 ‘보상을 위해 일한다’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고 조직성과에 기여하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금전적 보상은 필수적인 동기부여 수단이지만, 다수의 연구 결과 비금전적 보상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무조건 상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중요도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업무수행 과정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책임과 함께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직원들에게 사명감과 성취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훌륭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더욱 좋다. 제약회사 암젠(Amgen)은 ‘우리는 죽음을 물리친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을 업무에 몰입시키는 데 크게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성세대는 신세대가 자신이 맡은 일 외에 회사의 성장이나 조직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충성심이나 희생정신이 부족하다고 불만스러워한다. 하지만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지니지 못한 강한 합리주의와 지치지 않는 성장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업무를 부여할 때, 신세대는 자신의 업무와 회사에 자부심과 애착을 느끼고, 더 큰 열정과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이상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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