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한국경제 저성장 우려”


내년 경제성장률 3% 후반 물가압력은 줄어들 듯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내년 한국 경제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으로 향후 5년간 국내 경제가 평균 3.8% 정도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외 경제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내년도 경영전략으로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또 민간소비, 설비투자의 위축 및 경제성장률 둔화를 점쳤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은 “잠재성장률 하락, 서비스업 생산성 저조, 가계부채 급증 등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원가 절감 및 생산성 제고에 힘쓸 뿐만 아니라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자금운영과 계획 수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4.0%,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률은 각각 1.9%, 6.1% 수준이 될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에도 개발도상국의 지속 성장으로 원자재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성장탄력 약화 될 듯=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본격화되면서 성장탄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4.0%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성장 동력의 부재로 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선진국 경기둔화로 자국내 내구재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구재 완성품과 관련 부품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세계교역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올해까지 29%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2012년 1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고성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수출급락을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증가세 둔화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도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에는 양호한 수출실적과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4% 늘었지만 하반기에는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의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다소 위축되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 늘어나는데 그치고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 주력산업뿐만 아니라 도소매, 운수통신 산업 등 비제조업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의 하락도 부정적인 대목. 설비투자조정압력이 지난해 3/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도 지난 1/4분기 17.3%에서 2/4분기 6.4%로 하락해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안정세 찾을 듯=올해 하반기와 내년의 달러화 가치는 소폭 약세에 그칠 전망이다. 또한 초저금리 유지기조에 따른 달러캐리트레이드 확대, 경상수지 흑자 지속, 국내경제 성장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원화가치 상승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164억 달러 수준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내년 대폭 줄어들어 96억 달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간헐적인 글로벌 금융 불안과 추가적인 자본유출입 변동완화 방안 마련 등에 따라 원화는 소폭 강세에 그쳐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과 유럽 민간 금융부문의 신용위험이 동시에 증폭 될 경우 글로벌 자금경색과 원·달러 환율의 폭등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금리는 실물경기가 둔화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아 상승압력의 완화가 점쳐진다.
주요국의 저금리정책에 따른 외국인 채권 순매수 지속 등도 금리를 하향 안정시킬 것으로 분석되나 기준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시장금리는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기 회복둔화와 미국 등 선진국의 기준금리 동결 영향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경우 2011년 연평균 3.8%에서 2012년 4.0%대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불확실성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 필요=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업의 위기경영 시나리오 마련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대내외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정해 위기경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단계별, 분야별 세부 대응방안을 수시로 검토해야 한다”며 “외부여건 변화에 따라 적시에 사업의 진퇴가 가능하도록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기극복 지연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추진중인 신사업은 빠른 시간 내에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투자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별 전망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소비시장 위축에 따라 휴대폰, TV 등 IT제품의 내년도 생산과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스마트폰, 3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가격하락으로 인해 시장규모가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도 세계경제 불안 확대로 수요가 정체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T산업=스마트폰과 컴퓨터 주변기기의 해외 생산 확대로 국내생산의 감소추세 속에 국산 스마트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정보통신산업의 내년 성장률이 5%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TV시장은 선진시장의 역성장으로 성장정체가 지속될 전망이며 백색가전 시장은 고가제품 확대로 안정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D램 부분이 정체 국면이나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로 소폭 성장세가 예상되며 메모리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1년 상반기 가전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늘었으며 LCD·LED TV 등 영상기기 비중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이 개최된 2010년 3분기에는 전체 가전 수출에서 영상기기 비중이 59%까지 늘었으나 올해 2분기 특수요인 소멸에 따라 49%까지 비중이 줄었고 내년까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자동차는 고유가와 경기둔화 우려 및 대체수요 소진으로 내수부분의 정체가 예상되며 세계 자동차시장 정체와 일본업체와의 수출경쟁 심화가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자동차 판매는 올해(160만대 예상)보다 1.1% 감소한 158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가 전년보다 줄어드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4년 만으로, 세계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와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발생하지만,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확대, 주요 차급의 신차효과 약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조선산업은 2008년 이후 본격화 된 수주량 감소 영향으로 건조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2011년까지 회복세를 보였던 수주량도 세계경제 불안감 증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국내 신조선 수주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3.2% 늘어난 1,700만GT를 기록했으나 2010년 상반기 증가율 1,287%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주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신규수주는 3,010만GT로 올해 대비 3.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07~2008년 대규모로 수주물량이 건조됨에 따라 선복량은 크게 증가한 반면 올해 들어 물동량 증가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간 양극화 현상의 심화가 점쳐지고 중소 조선사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과잉 선복현상이 해소되는 향후 2~3년간 국내 중소형 조선사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철강=철강 내수 증가율은 2010년 15.4%에서 올해 7.3%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1.2%로 감소해 뚜렷한 하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전체 강재 수요가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내수 수요량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자동차, 조선 등의 수요 둔화로 한자릿수 증가에 그치고 있으며 철강업체 재고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경기 위축 등의 여파로 지난 8월말 기준으로 국내 1차 철강유통대리점들이 보유하고 있는 판매류 유통재고는 124만4000t을 기록했다. 2009년 1월(122만8000t) 이후 최대치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으로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려는 전략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철강 수출은 올해보다 6.2% 증가한 3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올해 상반기 건설수주는 민간부문이 토목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공공부문의 신규발주가 줄고 발주사업이 준공위주로 재정이 투자되면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하락한 50조원을 기록했다.
내년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활성화, 세종시 및 공공기관 이전 청사 건설 투자 등에 따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의 SOC 예산이 4대강 사업 마무리로 3.3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년도 정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하반기 경기회복에 따른 민간부문의 비주거용 건축투자확대 등으로 전체적으로는 1.9% 증가한 86조원이 될 전망이다.

-세계경기 둔화전망에 따라 내년도 국내기업들의 수출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국제공항 화물청사에 수출품 운송을 위한 시설들이 가동을 멈춘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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